'공무원 자리'도 버렸다…콧대 높은 유럽 무대 노리는 K클래식

오진영 기자
2026.07.15 17:00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사진 = 게티이미지

해외 공연장의 문을 두드리는 젊은 연주자들이 늘면서 국내 클래식계의 관심이 모인다.

15일 클래식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의 한 국공립 상임 예술단원 30대 A씨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국공립 예술단의 상임 단원은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는 '공무원급' 선망 직종이지만, A씨는 유럽 무대 진출을 위해 과감히 새 도전을 택했다.

이 예술단 관계자는 "본인의 해외 도전 의지가 확고해 말리지 못했다"며 "국내에서 쌓아 온 기반 없이 신진 연주자부터 다시 시작하는 셈인데 기성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흔치 않은 경우"라고 말했다.

A씨는 최근 늘고 있는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해외 도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대형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국내 연주자들은 많았지만, 주요 악단의 단원이 되거나 콘서트홀의 상주 음악가가 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히 역사가 깊은 오케스트라나 공연장의 경우 유독 동양계에게 문턱이 높다.

1932년 창단한 런던 필하모닉이나 183주년을 맞은 빈 필하모닉, 1783년부터 러시아를 상징해 온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 등에는 한국인 단원이 없다. 베를린 필이나 뉴욕 필 등에는 한국인 단원이 있지만 1~2명이 전부다. 평생 악단에 소속돼 연주할 수 있는 종신 단원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더 사례가 적다. 한인 사회가 큰 미국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지만 대부분 한국인이 아닌 한국계 미국인 연주자다.

/그래픽 = 김다나 디자인기자

클래식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해외 진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맞다"면서도 "항상 공연을 선보이는 종신 단원이나 상주음악가는 서구권 선호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100명을 넘는 오케스트라에서 한국 연주자는 여전히 드문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기량을 갖춘 한국 연주자들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의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오케스트라의 해외 무대 공연을 늘리거나 현지와의 공동 작품 제작, 레퍼토리 다양화 등이 대책으로 꼽힌다. 특히 클래식 기획사들은 대중음악 기획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지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부족해 좋은 연주자를 보유하고도 1회성 공연에 그칠 때가 많다.

최근 클래식에 뛰어든 SM을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SM은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북미 시장에도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서구권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적극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조수미, 플루티스트 한지희 등을 영입하며 진용도 갖춰졌다.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다 최근 국내로 복귀한 소프라노 B씨는 "유럽 오케스트라는 매우 철저하게 신분 보장을 하기 때문에 단원 선발 기준도 까다롭고 전통적인 레퍼토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인 연주자들의 기량은 이미 검증된 만큼 현지 네트워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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