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신도를 이끄는 우리나라 불교 최대 종파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무원장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4주간의 경쟁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속속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신도·출가자 수 감소, AI(인공지능) 도입, 다른 종교와의 분쟁 등 안팎의 문제에 직면한 불교계의 관심도 여느 때보다 높다.
7일 불교계에 따르면 전날 정념스님이 제38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념스님은 강원도 오대산의 대형 사찰인 월정사 주지를 22년 6개월간 지낸 고승이다. 월정사를 거쳐간 단기 출가자만 3000명이 넘으며 대규모 숙박·체험시설인 자연명상마을을 안착시킨 '정통파'로 꼽힌다. 전남 고창 선운사 주지인 경우스님도 같은 날 주지직을 내려놓으며 사실상의 출마 의사를 밝혔다.
현재 총무원장을 지내고 있는 진우스님의 출마도 유력한 만큼 총 3명의 후보가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후보 단일화 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는 없지만, 4년 전 37대 총무원장 선거처럼 단일 출마 후 무투표 당선되는 일은 없게 하겠다는 것이 후보들의 뜻이다. 불교계 관계자는 "단일 출마시 일부에 의해 종단이 좌지우지된다는 비판에 공감하는 인사들이 많은 만큼(단일 후보가) 되풀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총무원장은 종정과 함께 조계종을 이끄는 수장이다. 승납(출가 후 나이) 45년 이상, 세납(실제 나이) 70년 이상인 비구(남성)승려만 될 수 있는 종정이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한다면, 총무원장은 행정을 총괄하는 실무 대표자다. 3000여개 소속 사찰과 24개 교구본사의 운영 방향을 결정하며 주지 임명권, 예산 편성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조계종의 1년 예산은 1054억여원(올해 기준)에 이른다.
경쟁이 치열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38차례에 걸친 선거 동안 여러 계파가 나뉘어 다투며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이 잇따랐다. '숨겨둔 처가 있다'거나 '수십억대의 재산을 갖고 있다' 등 비방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단골 손님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아직 후보자 등록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도 특정인을 겨냥한 학력·수행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비방보다는 불교계가 직면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줄어드는 신도·출가자 수가 첫손에 꼽힌다. 1020세대의 관심 감소, 저출산 등 문제가 겹치며 사찰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출가자 수는 99명으로 20년 전(319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AI(인공지능) 확산으로 인한 역할 변화, 선명상 등 콘텐츠의 해외 수출 등 문제도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진우스님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시각도 최근 거둔 성과 때문이다. 지난 4월 열린 불교박람회에도 젊은층의 관심을 사로잡으며 25만여명의 관람객을 모았고, 5월 연등회에도 5만명의 참가자가 동참했다. 선명상의 해외 진출, 사상 첫 로봇 스님 등도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불교계 관계자는 "불교계의 관심이 가장 높은 사안은 청년층을 사찰로 불러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선거는 간접 선거 방식으로 치러진다. 전국 24개 교구에서 10명씩 뽑은 선출 위원 240명과 중앙종회 의원 81명을 합쳐 321명의 선거인단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여럿이 출마하면 과반수 득표자가 당선되지만 단독 출마하면 무투표로 당선된다. 이번 선거는 오는 9월 3일 오후 1시부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