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단 1곳'
유럽을 양분하는 아트페어(미술 장터) '아트바젤 파리'와 '프리즈 런던'에 모두 참여한 한국 갤러리의 숫자다. 주요 시장에서 200여곳에 이르는 갤러리들이 나서는 초대형 행사지만 올해는 유독 국내 갤러리의 참여가 저조했다. 기대 밖 부진과 비용 부담 등이 영향을 줬다.
27일 미술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국제 아트페어, 전시에 나선 우리 갤러리들은 평균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프리즈 런던에는 176개 갤러리 중 12곳이 국내 갤러리이며, 아트바젤 파리에는 211곳 중 2곳이다. 세계 최대 고미술 아트페어인 '테파프 마스트리히트'에 나선 277개 갤러리 중 한국 갤러리는 1개에 그쳤다. 10억원이 넘는 대형 거래도 자취를 감췄다.
국내에 머무르는 까닭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첫 손에 꼽히는 것은 국내 시장 침체다. 갤러리들을 뒷받침하는 국내 시장 실적이 부진하다 보니 몇억원에 이르는 '실탄'을 확보하지 못해 해외 행사 참여를 주저하게 됐다는 뜻이다. 강남구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해외 행사 비용은 대여비부터 작품 운송비, 인건비 등을 합치면 억 단위는 기본"이라며 "(해외 전시를) 열고 싶어도 재정 악화가 발목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기업부설연구소 '카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미술품 경매사 7곳의 낙찰총액은 280억여원으로 전년 동기(314억여원)에 비해 10.8% 감소했다. 고가 작품의 판매도 끊겼다. 지난해 3분기에는 이중섭의 '소와 아동'이 35억여원에 팔렸지만, 올해는 쿠사마 야요이의 '펌킨'이 7억 8000만원에 팔리는 데 그쳤다.
예전만 못한 해외 시장의 수요도 영향을 미쳤다. 대형 아트페어나 전시를 개최해도 팔리는 작품이 적어졌으며, 특히 아트바젤 파리의 경우 프랑스 전역의 대규모 시위 여파로 2일 일찍 조기 폐막하면서 판매 기회가 축소됐다.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등 이른바 '빅3' 경매사를 제외한 중소 경매가 일제히 침체 국면에 접어들며 중저가 작품의 거래도 어려워졌다.
미술계는 국내 갤러리들의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연초 강력했던 해외 수집가들의 구매 수요가 7~8월부터 감소하고 있고, 소비 위축으로 인한 경매 낙찰 축소 등이 갤러리들의 설 자리를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노싱 어바웃 잇'(150억원), '호박'(104억 5000만원) 등 경매 신기록을 기록한 뒤 나온 사상 최고 수준 미술 거래액(2022년·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던 기대도 빛이 바랬다.
미술 경매 플랫폼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미술 거래가 크게 늘면서 갤러리들이 기대감을 갖고 출품 건수를 늘렸지만, 정작 낙찰 건수는 전년과 비슷하거나 줄어들었다"며 "수집가와 일반 애호가들의 심리가 모두 위축돼 있어 올해 미술 시장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