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앤에프(84,200원 ▲1,000 +1.2%)의 영구 전환사채(CB) 발행 규모가 예상액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영구 CB는 일반 CB와 달리 만기가 길고 투자자가 임의로 조기 상환할 수도 없어 자금을 모으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금흐름이 악화한 상황에서 이번 조달이 엘앤에프의 재무를 안정시켜 기업가치와 주가 상승시킬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엘엔에프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3000억원 규모 기명식 무보증 사모 C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 CB는 주식으로 전환되기 전까지 부채로 인식되고, 영구 CB는 만기가 길거나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는 특성이 있다.
시장에 유포된 텀싯(term sheet)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영구 CB 600억원, 일반 CB 2400억원 등 총 3000억원어치 CB를 발행할 예정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엘앤에프가 영구 CB로 1200억원, 일반 CB로 1800억원을 각각 조달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영구 CB 발행 물량은 예상의 반토막 수준이었다.
CB에는 인수 조건이 붙어있다. 투자에 참여한 LP(기관투자자)들은 영구 CB와 일반 CB를 동시에 인수해야 한다. 인수 비율은 영구 CB 20%, 일반 CB 80%다. 일반 CB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영구 CB를 끼워 판 것으로 보인다.
영구 CB의 발행 조건을 살펴보면 만기는 30년, 만기보장 수익률은 3.0%를 제시했다. 만기는 연장할 수 있지만 반대로 발행 30개월 후부터 3개월마다 중도상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 돈을 미리 갚을 수도 있다. 다만 스텝업 조항이 있다. 발행일로부터 30개월 후 표면금리와 만기보장 수익률은 각각 5.0% 가산된다. 여기에 추가로 매년 1.0%씩 투자자에게 지불해야 할 금리가 불어난다.
일반 CB의 경우 만기는 5년이다. 표면금리와 만기보장 수익률은 각각 0%로 제시했다. 조기상환을 청구할 경우 받아갈 수 있는 수익률도 0%다. 시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리픽싱은 70%까지 가능하다. 일반 CB의 조건은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해 영구 CB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일반 CB와 달리 영구 CB는 조기상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CB로 조달한 3000억원은 LFP(리튬·인산·철) 양극재와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산물량 확대를 위한 운영자금에 사용된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8월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지분율 100%)를 설립, 올해 5월 대구에 공장을 준공해 북미 공급용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생산을 본격화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후 현재 적자 상태로 손익분기점은 넘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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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투자에서 관건은 엘앤에프의 주가다. 기본 이자수익은 물론, CB를 주가가 저평가됐을 때 매입해 주식으로 전환하고 시세 차익을 거두는 게 거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구 CB의 경우 만기가 긴 다른 금융상품 대비 수익률이 낮아 주가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엘앤에프의 주가는 최근 큰 폭으로 내리고 있다. 이날 종가는 8만4200원으로 2023년 최고점(34만9500원)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토막 난 상태다. 이차전지 업황 침체가 길어진 데다 환율 등락에 따른 원재료 가격 부담이 회사 수익 악화로 이어진 결과다. 올해 상반기 엘앤에프의 연결 당기순손실은 124억원을 기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엘앤에프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할 때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단기적으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돼 있고 투자 부담도 커졌다는 평가다.
IB 업계 관계자는 "메지온, 코오롱생명과학, 뷰노 등 영구 CB를 발행했던 기업들이 유상증자에 돌입하거나 수익을 회복하지 못하는 등 침체기를 겪었다는 우려가 있다"며 "엘앤에프의 영구 CB 조건을 보면 향후 빚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모멘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