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판 흔들자' 외산담배 대대적 가격공세 개시

세종=우경희 기자
2015.01.14 14:59

말보로·팔리아멘트·던힐 200원 인하…슬림형 보그 800원 내려 평균 대비 1000원 저렴

사진=머니투데이DB

담배세 인상의 불똥이 담뱃값 전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점유율 축소에 고심하던 외산담배 브랜드들이 먼저 칼을 빼들었다. 4000원짜리 신제품에 이어 3500원짜리도 나왔다. 통상 4500원인 기존 제품에 비해 1000원이나 가격이 싸지는 셈이다.

BAT(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는 최근 슬림형 담배 주력제품인 보그의 가격을 기존 2300원에서 1200원만 오른 3500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에 가격인상 신고도 마쳤다. 오는 15일부터 보그 전 라인업이 3500원에 판매된다.

정부는 올 들어 담배에 붙는 세금을 종전 대비 2000원 올렸다.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흡연을 억제하면서 세수도 아울러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KT&G 등 대부분의 담배브랜드들이 종전 대비 2000원 오른 담배가격을 정부에 신고, 새해부터 담뱃값은 통상 4500원 안팎이 됐다.

그런데 BAT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주력제품 중 하나인 던힐 판매가격을 종전 27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리면서, 일정 기간 200원 인하한 45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일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인하 기간을 특정하지 않아 사실상 200원을 내린 셈이다.

눈치를 보던 JTI(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도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카멜 가격을 1500원만 올린 4000원으로 설정해 가격경쟁에 불을 붙였다. 주력제품인 메비우스(구 마일드세븐)는 1800원만 오른 4500원에 판매키로 했다. 신제품 메비우스 이스타일은 아예 4300원에 내놨다.

그러자 필립모리스도 움직였다. 주력 제품인 말보로와 팔리아멘트 가격을 4700원에서 200원 인하하기로 하고 정부에 가격변동을 신고했다.

BAT의 파격적인 가격 설정은 여기에 대한 맞불이다. BAT는 지난 연말 보그 프리마를 출시하는 등 꾸준히 보그 라인업을 확장해 왔다. 통상 가격 대비 1000원 싼 가격에 시장에 풀리게 되면 적잖은 여파가 예상된다.

외산담배 브랜드들이 가격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국내 담배시장 지형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BAT는 지난해 기준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이 11% 수준이다. 한때 20%를 상회하며 외산담배 1위였지만 2011년 가격인상 이후 필립모리스(지난해 기준 20%)에 선두를 내줬다. JTI 역시 점유율이 6%에 그쳐 확대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KT&G의 점유율은 수 년간 늘어나고 있다. 담배시장은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다. 어지간하면 피우던 담배를 피운다. 외산담배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세금인상에 따른 이번 대대적인 가격조정이 판을 흔들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외산담배 업체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담배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KT&G 측은 아직 담뱃값 인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격을 내린 외산담배의 점유율이 높아져서 고객 이탈이 이어질 경우 언제까지 고가 전략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T&G가 수년간 누려왔던 소비자 구매력을 더 이상 누리기 어려워진 만큼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해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