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火사각 세종청사..15개 건물에 소방관리 1명

세종=이동우 기자, 신현식 기자
2015.01.21 08:32

15개 건물에 교육 안 받은 관리자 선임…"행정 편의적 발상" 지적

/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전국이 화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정부세종청사 조차도 화재 예방이 허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축구장 65개 크기의 면적에 화재예방 업무를 총괄하는 소방안전관리자가 단 한명에 불과해 안전불감 논란이 제기된다.

정부세종청사는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의 주요 부처들이 입주해있는 국가 핵심시설이다.

대지면적 29만2274㎡에 15개 동이 배치됐고, 연면적은 47만9984㎡(약 14만5000평)로 국내 최대 쇼핑몰인 제2롯데월드보다도 약 5만㎡(약 1만5000평) 가량 크다. 이는 7350㎡ 크기의 축구장 약 65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행정자치부 정부청사관리소는 정부세종청사가 15개의 건물으로 이뤄졌음에도 '관리 편의와 구조적 연결성'을 이유로 하나의 건물로 간주, 단 한명의 소방안전관리자만을 배치했다. 구름다리로 이어진 3.4㎞ 길이의 15개 건물을 한 사람의 소방안전관리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 소방안전관리자는 소방안전관리대상물의 화재 관련 업무의 총 책임자로 일정한 자격 요건이 필요한 핵심 직무다.

일반건물의 경우에는 연면적이 1만5000㎡ 이상이면 1급 화재안전관리대상물로 지정해 관리한다. 하지만 정부세종청사의 경우에는 산술적으로 따져도 각 동당 연면적이 3만㎡ 이상임에도 불구, 전체 시설주가 정부청사관리소로 돼 있어 하나의 건물로 간주한다는 설명이다.

/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다만 각 동별로 정부세종청사의 소방안전관리자가 위임한 보조자(분임소방안전관리자)가 소방안전계획을 수립해 보고토록 하고 있다. 각 동별 준공시기가 달라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소방법에 의해 명목상의 소방안전관리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부처별 소방안전계획을 책임지는 분임소방안전관리자는 입주 부처의 총무과장이 맡고 있다. 분임소방안전관리자는 소방안전 관련 자격이나 의무교육 이수의 필요성이 없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분임소방안전관리자 업무를 맡은 대다수는 화재 예방 등 관련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세종청사 같은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건물의 형태로 현실적인 법적 요건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원칙적으로는 각 구역별로 자격을 갖춘 소방안전관리자가 선임돼야 하지만, 청사관리소에서 전체를 관할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방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각 구역별로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게 되면 소방설비와 조직을 각 부처별로 다 만들어야 한다"며 "비용이나 예산, 인사 관리의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규모의 문제나 입주 부처가 다른 만큼 15개 동에 각각 소방안전관리자를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아무리 각 건물이 연결이 돼 있다 하더라도 개별 건물로 간주해서 소방안전 교육을 이수한 인원을 각각 배치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공무원들의 행정적 편의를 위해 일반건물보다 더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요식행위로 서류상에 한 두명의 인원을 두면 된다는 식으로 하니까, 실제 화재 발생시 초기대응이 전혀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교수는 "소방대상물을 지정할 때 연면적 등 일률적인 적용을 하다 보니 오히려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설의 경우에는 소홀해 지는 경우가 많다"며 "소방법 전반적으로 현실적 요건을 고려한 조치가 필요한지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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