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하고 결제하기까지의 기간인 신용공여기간이 꾸준히 줄어들어 카드사용자의 연체 위험이 커지고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이자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조사한 19개 카드사 가운데 현대카드가 12~41일로 가장 짧았고 광주은행 카드는 23~52일의 가장 긴 신용공여기간을 나타냈다.
2005년 대략 18~47일이었던 신용카드의 신용공여기간은 올 1분기 기준 14~43일로 짧아져, 평균 4일정도 단축됐다. 예를 들어, 25일 결제일을 가정하면 예전에 12일에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면 그 다음달 25일에 결제를 하면 됐으나 요즘은 같은 달 25일에 바로 결제를 해야 한다.
이처럼 신용공여기간이 단축되면 결제일이 빨라져서 신용카드 연체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카드사용자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이자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신용공여기간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신용카드 본래의 신용기능이 점차 약화되어 신용카드의 체크카드화를 초래하게 될 수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카드사가 신용공여기간을 개별약관에 별도의 규정없이 고객에게 1개월 전에 고지하고 전국 일간지나 카드사 또는 제휴사 본·지점에 게시만 하여 일방적으로 단축해 왔다는 데 있다. 신용공여기간을 정하거나 변경하는 것 모두 카드사 마음대로 가능했던 것이다. 게다가 카드사는 신용공여구간이 변경된다는 것만 고지하고 기간이 단축된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신용카드업계는 2003년말 기준 신용카드 발급수 4400만장, 이용실적 205조 원에서 2014년 말 신용카드 발급수 9200만장, 이용실적 501조 원으로 10년간 2배 넘게 성장했다. 이 기간 카드사 연체율은 2003년 신용카드사태 당시 28.3%에서 2014년 1.7%로 현격히 줄어들었다.
이처럼 소비자는 꾸준히 카드 이용을 늘리고 착실하게 결제하고 있음에도 카드사는 신용공여기간을 지속적으로 줄여 돈을 빨리 회수하는데만 급급한 경영행태를 보여 왔다. 하루만 카드 결제가 늦어져도 독촉전화를 거는 게 요즘 카드사의 행태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5일 카드사가 제멋대로 신용공여기간을 단축하는 영업관행에 제동을 걸겠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표준약관을 개정하여 사전고지 기간을 3개월로 늘리고 개별 약관 승인 후에야 단축이 가능하도록 변경하기로 했다. 또한 약관 심사시 업계 평균인 13일 미만으로 신용공여기간을 단축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미 신용공여기간이 13일 미만인 카드사의 경우엔 신용공여기간을 다시 늘리도록 유도하지는 않겠다고 하여 다른 신용카드사와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신용공여기간의 지속적인 감축은 카드사가 외형확대에 치중한 나머지 소비자 권익 보호에 소홀하고 자사의 이익만 추구한 결과이다. 이러한 일방적인 카드사의 독주에 금감원이 제동을 걸고 나온 점은 뒤늦게나마 환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