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0%대 물가? 체감물가는 30% 올랐어요"

세종=정진우 기자, 정혜윤 기자
2015.09.24 03:20

[0% 물가시대, 추석물가는 고공]추석앞둔 대형마트·전통시장 가보니…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대형마트/사진= 정혜윤

# 민족 최대명절 추석을 4일 앞둔 23일 서울 영등포의 한 대형마트. 추석 차례상에 필요한 제수용품을 고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거워보였다. 제사상에 올릴 조기를 잡았다 놨다를 여러번, 결국 가격이 가장 저렴한 중국산을 고른 한 주부의 표정엔 씁쓸함이 묻어났다. 조기 한마리 가격은 1년전보다 1000원 정도 오른 5800원에 팔리고 있었다.

고기를 사러 나왔다는 임희숙 씨(65세)는 "가격이 내리는 걸 본 적이 없고, 가격이 내리지 않으니 결국 양을 줄여야한다"며 "체감물가는 최근 1~2년새 20~30%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1년 전보다 물가가 크게 올랐다는 반응이다. 이 마트에서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한 직원은 "손님들이 많이 몰릴 줄 알고 물품을 많이 준비했는데, 명절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경기가 안좋아서 그런지 선물세트도 많이 안 팔리고, 예전보다 확실히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23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한 대형마트/사진= 정진우 기자

같은 시각 세종시의 한 대형마트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가격표를 꼼꼼히 비교하면서 꼭 필요한 물품만 구입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김미진(가명, 55세)씨는 "불과 한 두달 전만해도 8000원짜리 과일세트가 지금은 1만3000원으로 올랐다"며 "정부에서 0%대 저물가라고 하는데 믿질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또 다른 대형마트에서 고기류를 판매하는 박숙자(가명, 49세)씨는 "한우 가격이 많이 오르다보니 제사상에 올릴 산적용 고기를 수입산으로 쓰는 사람도 있고,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사는 사람도 있다"며 "한우 가격이 많이 올라 수입산과 돼지고기보다 2배 정도 비싸다보니 그런것 같다"고 말했다.

추석 물가가 심상치 않다. 정부에선 물가가 9개월째 0%대를 기록,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안심한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대형마트나 시장 등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부의 ‘저물가’ 진단에 차가운 눈초리다.

이날 머니투데이 취재팀이 서울과 세종시에 있는 대형마트 4곳과 전통시장 한 곳을 직접 취재한 결과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물가보다 훨씬 높았다. 서울의 A대형마트에서 만난 김미수(주부, 43세)씨는 “물가가 0%대라는 정부의 발표는 잘못된 것 같다”며 “예전엔 10만원으로 일주일치 장을 봤다면, 지금은 3일치밖에 못산다”고 지적했다.

영등포시장에서 만난 이지숙(가명, 58세)씨도 “마트보다 시장이 싸다고 해서 왔지만, 시장에서 파는 물품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며 “제사는 지내야하기 때문에, 양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의 얘기는 통계로 확인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추석을 앞두고 조사(전국 17개 지역 25개 대형마트)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성수품 구입 비용이 27만9891원으로 지난해 추석(26만8276원)보다 4.3% 올랐다.

산적용 소고기(한우)는 1.8kg 기준으로 1년전에 비해 15.8% 오른 8만1054원에 판매됐고, 동태 한 마리는 35.7% 오른 2888원이었다. 이밖에 △약과(150g) 19.3% △무(100g) 7.2% △배(5개) 5.9% △도라지(400g) 4.1% △고사리(400g) 3.8% 등으로 주요 제수용품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정부에서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7%인데 실제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가와 차이가 크다.

대전광역시에 거주하는 최금석(가명, 63세)씨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물가에 들어가는 품목을 시대에 맞게 바꿔야한다”며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하고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는 제품이나 식음료품들을 물가지수 산정에 반영해야 더 정확한 체감물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가당국은 국민들의 식생활과 밀접한 신선식품 가격 변동성이 큰 탓에 추석을 앞두고 움직이는 농산물 물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매월 발표하는 물가지수는 저유가 영향을 많이 많아 휘발유 등 여러 품목의 물가가 낮다”면서도 “양파를 비롯해 신선식품 물가는 가뭄이나 명절수요 등의 영향으로 크게 올라 아무래도 국민들이 느끼는 밥상 물가가 높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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