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3와 골프, 제타 등 독일 폭스바겐(VW)그룹 차량에 대해 특별 검사에 돌입한 정부가 정작 배출가스 장치 조작이 확인된 차량과는 다른 차량을 검사 대상으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24일 평택항에서 통관절차가 끝난 아우디 A3와 골프, 제타 등 VW그룹 3개 종류의 차량을 대상으로 봉인조치를 진행했다.
차량 봉인은 검사를 위해 시험소로 차량을 옮기는 과정에서 가해질 수 있는 외부요인을 차단하기 위한 절차다. 차량 본네트와 내부 전자제어장치 부문이 봉인 대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통관절차를 마친 해당 차종 중 무작위로 시험 차량을 선택해 봉인했다"며 "봉인한 차량은 국립환경과학원으로 옮겨져 배출가스 장치 조작 여부 등을 검사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봉인한 차량은 배출가스 장치 조작이 확인된 차량과는 차종만 같을 뿐 구조는 다른 차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배출가스 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SW)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돼 문제가 된 차는 VW그룹의 EA189 디젤 엔진이 장착된 차량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검사 대상으로 선정한 차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EA288 디젤 엔진이 장착된 차량이다.
VW그룹이 배출가스 조작 SW가 설치된 것으로 공식 확인한 차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판매된 EA189 디젤 엔진 차량 1100만대다.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유로-6 대응 차량(EA288)은 불법 SW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게 VW그룹의 주장이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유로6 규격에 대응하는 EA288 엔진은 문제의 SW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독일 본사의 거듭된 확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환경부는 "EA288 엔진도 배출가스 조작 SW가 설치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사를 통해 해당 차량의 신규 판매를 금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문제의 1100만대 중 6만여대가 판매됐다. 현행 EA288 엔진이 적용된 아우디 A3와 골프, 제타 차량의 판매량은 6300여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신형 엔진의 조작 가능성도 의심했다면 기존 EA189 엔진 차량과 EA288 엔진 차량을 동시에 조사하는 게 '국민안전 확보'라는 검사목적에 더 적합하다고 꼬집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장치 조작을 사실상 자인한 차량이 국내에 6만대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난데없이 신규 차량을 조사한다는 것은 완전한 '헛발질'로 전형적 보여주기식 행정"고 지적했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의 자동차과 교수도 "인증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는 정기검사는 판매전 신차를 대상으로 하지만 이미 운행 중인 차량을 소비자에게 직접 구해 재검증하는 예외 조항도 있다"며 "문제가 된 차량부터 조사하는 게 합리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 환경보호국(EPA)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이 디젤 승용차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자동차 승인 검사 시에만 정상 작동되도록 하고 도로를 실제로 주행할 때는 이 장치가 저절로 꺼지도록 차량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실제 주행 시에는 배출가스인 질소산화물(Nox)이 미 환경기준보다 최대 40배 초과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EPA는 폭스바겐 제타·비틀·골프·파사트, 아우디 A3 등 5개 차종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기존에 판매된 48만2000대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