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래의 황금 '그린골드'..생물자원 전쟁이 한창인 캄보디아

캄포트(캄보디아)=이동우 기자
2015.09.25 03:20

[생물자원이 미래의 답이다-①]미얀마 의정서로 높아진 생물자원 장벽…해외 공동연구로 푼다

[편집자주] '그린골드'(Greengold). 생물자원의 무한한 가치를 빗댄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물자원은 1300만여종, 인류가 발견한 종은 10% 남짓한 175만여종에 불과하다. 생물자원 활용의 극대화는 질병, 자원고갈 등 인류가 짊어진 고민들의 답이 될 수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생물자원, 미래의 답이다'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의 생물자원 활용 실태를 점검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지난달 27일 찾은 캄보디아 캄포트 시 인근에 위치한 보코르(Bokor) 국립공원에서 한림대 식물상 탐사팀이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이동우 기자

"캄보디아에서는 지금 생물자원 분야의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찾은 캄보디아 캄포트 시 인근에 위치한 보코르(Bokor) 국립공원. 산 정상 부근 숲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던 탐사팀이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섰다. 한 연구원이 몸을 웅크려 손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분홍빛이 도는 작은 꽃이 바위 밑동에 피어나 있었다. '물봉선 속(屬)'에 속하는 종류로, 아직 세계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식물이다.

보물이라도 찾은 듯 들뜬 표정의 조성현 한림대학교 캄보디아 식물상 탐사팀장은 "이렇게 찾은 새로운 식물은 한국으로 보내져, 유용성 분석을 받게 된다"며 "분석을 통해 인간에 유용한 성분이 발견되면 화장품이나 신약 개발의 핵심 재료로 쓰여 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꽃을 채집한 탐사팀은 더 깊은 숲 속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탐사팀이 채집에 나선 이날 보코르 국립공원 안에는 일본과 덴마크 등 선진국에서 온 탐사팀들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담레이 산맥의 최고봉인 보코르 산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는 유일하게 말레이시안 계열의 열대우림이 있어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살아있는 보물을 찾기 위한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조 팀장은 "캄보디아의 이름 없는 잡초가 30년 뒤에는 인류를 구할 자원이 될 수도 있다"며 "생물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지금은 전혀 쓸모없이 느껴지는 종들 하나하나가 나중에는 인간에게 소중한 자원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생물자원은 21세기의 황금 '그린골드'(Greengold)로 불린다. 고령화, 신종전염병, 식량부족 등의 인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열쇠로 떠오르며 성장을 거듭하는 분야다. 전 세계 생물자원의 경제적 가치는 약 700조원에 달한다. 국내 화장품, 의약품 등 생물산업체의 67%가 해외 생물자원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해외 생물자원 연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환경부와 캄보디아 정부는 2007년부터 생물다양성 공동연구를 해왔고,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이 2009년부터 이 연구를 이어받아 진행하고 있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서울대, 한림대 등 국내 8개 대학과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나고야 의정서'(ABS)가 발효되며, 공동연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기존 기업들은 생물자원 이용 시 재료비 정도만 지불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생물자원의 활용 이익 자체를 자원 제공국과 공유해야 한다. 때문에 공동연구를 통해 생물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연구 기반을 마련하고, 특허등록을 통해 일정부분의 로열티도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캄보디아는 내전 등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인근에 위치한 태국이나 베트남 보다 탐사와 연구가 덜 이뤄져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식물의 경우 전체 8000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확인된 것은 절반에 못 미치는 3000~4000종에 불과할 정도다. 그만큼 가능성이 큰 지역인 셈이다.

생물자원 확보의 최전선은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늪지에서 쉴 틈 없이 달라붙는 거머리, 벌레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탐사팀을 괴롭힌다. 이날 탐사팀이 찾은 보코르는 불과 몇 달 전 호랑이가 나타나 주의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두꺼운 등산복과 장갑 등으로 만발의 준비를 갖추지만, 새로운 식물이 절벽과 가깝게 나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곡예에 가까운 채집을 하기도 한다. 수시로 폭우를 동반한 먹구름이 몰려오는 까닭에 우비를 챙기는 일도 필수다. 탐사팀은 이 같은 채집 외에 현지의 민간요법을 조사하고,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해당 생물자원을 확보하는 역할도 함께 한다.

힘겨운 과정을 거쳐 채집된 생물자원들은 한국으로 보내져 분석을 통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용성 등을 확인하게 된다. 유용성이 확인된 생물자원에 대해서는 특허 출원과 산업계에 대한 기술이전 절차가 진행된다. 화장품이나 건강보조식품, 의약품 등 바이오 산업의 원료로 활용되는 것이다.

/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캄보디아와 같은 자원부국과의 공동연구는 단순히 우리나라의 이익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자원은 풍부한 반면, 이를 조사하고 활용하기 위한 기반이 부족한 대부분의 자원부국들의 연구역량이 공동연구를 통해 배양된다. 그간 생물자원관의 해외 공동연구 사업으로 발간한 현지 생물다양성 도감과 종목록 등은 11권에 달한다.

캄보디아 산림청의 창 푸린(49) 연구원은 "캄보디아는 생물자원은 풍부하지만, 활용을 위한 기반이 취약하다"며 "한국의 연구진들은 지식이나 체계, 장비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캄보디아 외에도 미얀마, 라오스, 몽골 등 8개 국가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해 총 6000여종의 생물자원을 발굴·확보 했다.

생물자원관에서는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확보된 생물자원 가운데 산업화 가능성이 높은 종을 대상으로 대량 확보와 효능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생물자원을 확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산업계가 실질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김상배 생물자원관 관장은 "생물다양성 부국으로부터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생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지속적인 정부 차원의 신뢰 관계 구축"이라며 "앞으로도 해외 확보 생물자원 중 산업화가 가능한 종들을 계속 발굴해 국내 생물산업계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