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육개혁 가로막는 '교피아'

세종=정진우 기자
2015.10.06 03:20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교육부 전 대변인 A씨(한국교원대 사무국장)를 구속한 지난 1일. 아침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B전문대 관계자였다. 머니투데이가 전날 보도한 ‘한국폴리텍대학과 지방·전문대 통폐합 추진’ 기사 때문이었다. 이 관계자는 “기사 내용대로 상황이 어려운 전문대들은 폴리텍대와 합쳐지길 바라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머니투데이 9월30일자 1면 참조-[단독]정부, 폴리텍大와 지방·전문대 통폐합 추진

충격적인 얘기도 전했다. 교육부 관료들이 A씨처럼 낙하산을 타고 다양한 학교의 주요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것. 이들의 역할은 대학 구조개혁을 방해하는 것이란다. 이들은 예산 증액과 정원 증대 등 각 학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이른바 '교피아'(교육부+마피아)로 불린다. 교피아는 교육부 출신 관료들이 퇴직 후 대학이나 관련단체에 재취업, 유착관계를 갖는 집단을 말한다.

실제 '교피아' 현실은 어떨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힌 '2012~2014년 퇴직 간부공무원 재취업 현황'을 찾아봤다. 이 기간동안 교육부의 퇴직 간부는 168명이었다. 이 중 재취업한 4급 이상 간부는 21명. 이들 모두 대학 등 교육관련 기관에 들어갔다. 2012년 퇴직한 교육부 한 차관은 대학 총장으로 재취업했다. 한 서기관 역시 대학교수가 됐다. 지난해 퇴직한 고위공무원은 한 장학재단의 이사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재취업한 퇴직 간부들은 모두 대학 등 교육기관에 들어간 셈이다.

교육계 안팎에선 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교피아'들이 대학 구조조정과 재정지원 사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정원도 못 채우고 재정도 열악한 좀비 대학들이 이들을 활용한다. 정부의 교육개혁에 반발하면서, 예산만 가져간다. 이들 대학은 정원을 못채워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산업연수생을 신입생으로 등록시킨다. 교피아들은 그 뒤를 봐주고, 정부 예산을 가져오기 위해 로비를 한다는 얘기가 교육계에 퍼진지 오래다.

검찰은 교육부 전 대변인 A씨가 서해대(전북 군산)로부터 받은 자금(6000만원)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 돈이 '교피아'들에게 흘러들어갔는지 샅샅이 조사 중이다. 정부는 교육개혁을 외치기전에 이들의 유착 고리를 없애야한다. 국민 혈세를 좀비 대학에 퍼다주는 '교피아' 퇴출이 교육개혁의 시작이다. B전문대 관계자가 전화를 끊으며 얘기한 "교피아를 없애지 않으면, 교육개혁은 실패할 것"이란 말이 현실이 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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