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지방최저임금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지역별 소득 수준이 다른 만큼 각각 다른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것인다. 지방 경영계의 취약한 교섭력과 지자체의 포퓰리즘(인기영합)적 개입 가능성을 감안하면, 재계의 이같은 주장은 오히려 자영업자들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재계측 대표인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차 최임위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제했다. 최임위는 지난 2004년 이후 11년만에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단독]재계 최저임금에 전면제동, "3년마다 올리자"노동계와 정부는 안건의 실현 가능성이나 재계의 적극성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의 지역별·업종별 차등 안건이 최임위 제도개선위원회의 핵심 안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지역별로 임금 수준이나 생계비가 차이나는 상황에서 전국 모든 기업에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 수익 창출이 어렵고, 대부분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임금을 설정하는 대부분 지방 영세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는 거다.
재계는 이에 따라 중앙과 별도로 지방최저임금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사용자위원들은 발제문을 통해 "지방최임위는 해당지역의 최저임금 심의 및 재심의를 맡고, 중앙최임위는 최저임금 적용 지역·사업의 구분 심의, 최저임금제 발전을 위한 연구와 건의 등으로 역할을 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업종별로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숙박음식업이나 농림어업의 경우 임금이 최저임금을 하회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최대 43%에 달하는 상황(경활부가조사 기준)이다. 경영이 어려운 업종은 최저임금을 지급하는데도 사업주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이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노동계와 지역 중견중소기업계는 재계의 주장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지역별 최저임금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지역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재계의 예상대로 최저임금이 합리적으로 설정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전국민의 이목이 쏠리는 메가톤급 이슈다. 이를 지역별로 차등 적용한다면 지역감정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단일 최저임금이 여론에 반하더라도 근로자위원(노동계)과 경영계위원, 공익위원들이 사회적 책임을 지면 된다. 하지만 지역별 차등 적용할 경우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책임질 도리가 없다.
최저임금이 합리적 범위 이상으로 인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지역 민심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 지자체장이 최저임금의 합리적 인상이나 동결을 주장할 수 있겠느냐"며 "지자체장의 포퓰리즘적 개입이 발생할 경우 최저임금이 정상범위 이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역 영세자영업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계가 주장하는 바이지만 자영업자 몰락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노동계의 우려도 크다"며 "재계는 부디 합리적 논의가 가능한 제안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경제계의 교섭력이 지역 노동계의 교섭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경총 등 사용자단체들이 중앙으로 여력을 집중할 수 있지만 지역으로 가면 노사 간 교섭력이 불균형한 경우도 많고,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지방에서 정하면 더 지역사정을 잘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경영계의 최저임금 지역차등 주장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최임위는 제도개선위는 내달 4~5일 양평 소재 리조트에서 워크숍을 겸한 회의를 연다는 방침이다. 쟁점 사안을 놓고 격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