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제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로인해 공공인프라, 전통에너지, 의료 등과 관련된 국내기업의 대미 수출기회는 확대되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철강, 섬유,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우리나라의 통상·경제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트라(KOTRA)는 9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지 학계, 업계 전문가, 국내 진출기업 등과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공공인프라, 전통에너지, 의료 등과 관련된 국내 산업의 대미 수출기회가 확대되고 철강, 섬유,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망은 불투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임기 동안 1조 달러 규모의 공공인프라 투자를 공언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 통신인프라, 운송, 건설기자재 분야의 수요가 확대되고 철강, 운송, 건설기자재 등 유관 분야의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현지에 진출한 국내 IT 기업 관계자는 "IT 산업에 대한 트럼프의 명확한 공약은 없으나 통신과 인터넷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분야에서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사기'(hoax)라고 칭하고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반대해 왔다. 트럼프는 미국의 에너지 산업 르네상스를 위해 연방 국유지와 오프쇼어 셰일가스, 석유, 석탄 등 채굴과 개발을 적극 장려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 신재생산업 기업에게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지만, 화석연료 등 전통에너지에 대한 규제는 완화돼 굴착 장비, 발전 장비, 에너지 운송 ·저장 산업은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의약품 수출기업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미국 공공보건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 해외 의약품 수입 개방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차, 철강, 섬유업종은 국내기업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KOTRA가 인터뷰한 미국 현지 기업들은 트럼프 집권 이후에 미국산 제품 이용을 의무화하는 ‘Buy American’ 규정이 강화될 것이기에 미국의 자동차, 철강, 섬유 산업 보호를 위해 대외 통상압력을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포드와 크라이슬러,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회사의 경쟁력 강화 지원,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해외 증설 반대를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FTA 수혜업종으로 꼽혔던 자동차 산업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철강업종도 미국 내 철강업체들이 철강 수입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을 함께 안고 있다. 미국이 진행 중인 국내 철강·금속에 대한 무역 규제는 모두 18건이다. 일부 품목의 경우 이미 최종 덤핑 판정 결과가 나왔다.
대미 수출물량이 많은 가전업계도 트럼프 당선은 악재로 다가올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이미 올해 중국에서 만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 덤핑 예비판정을 내려 삼성전자 세탁기에 111%, LG전자 세탁기에 49%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각각 부과한 바 있다.
무역적자 피해가 극심한 미국 내 섬유관련 산업보호를 위해 섬유·의류 업종의 대외 통상압력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아니라 미국이 극단적 보호무역정책을 취할 경우 글로벌 무역이 침체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물류산업도 불황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이며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등 미국이 체결한 모든 자유무역 협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재협상을 주장해왔다.
특히 한미 FTA를 "미국 내 일자리를 좀먹는 조약”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통상정책은 중국과 멕시코(NAFTA)를 더 적극적으로 비난해 왔기 때문에 한국과의 교역 문제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미 FTA를 재협상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반덤핑·상계관세 등을 활용해 무역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환율개입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도 행해질 전망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수입규제 강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조사 결과, 미국의 반덤핑 조사 개시 건수는 지난해 42건으로 전년보다 23건 늘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 대한 조사 개시 건수는 17건으로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트럼프는 한미 FTA를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비난해 왔기 때문에 한미 FTA 재협상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의 공공인프라 정책에 힘입어 건설업, 통신인프라, 운송, 건설기자재 분야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