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녀의 아빠' 공무원이 만드는 저출산정책

세종=정현수 기자
2017.02.21 03:31

[인터뷰]강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지원팀장

강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지원팀장 /사진제공=보건복지부

보육정책을 담당하던 한 젊은 공무원은 2009년 육아휴직을 낸다. 당시만 하더라도 익숙하지 않았던 '아빠 육아휴직'이었다. 2006년 행정고시 49회로 공직사회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그의 말대로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다.

하지만 육아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용기를 내게 만들었다. 출산휴가 3개월을 보낸 부인은 직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부모님은 여동생 자녀의 육아를 담당했다. 결국 첫 돌도 안 된 딸아이의 육아는 그의 몫이 됐다. 그렇게 1년1개월의 육아휴직은 시작됐다.

강준(41)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지원팀장이 직접 경험한 육아휴직 이야기다. 강 팀장도 육아휴직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부담스러운 주변의 시선 탓이다. 경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육아에서 오는 육체적 어려움 역시 컸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지 6개월 정도 지난 무렵 다시 복귀하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고 흔들렸던 이유다. 하지만 이후 육아에 익숙해졌고, 생각도 바뀌었다. 육아휴직을 끝낸 이후 시차를 두고 그의 자녀는 두 명이 더 늘어 세 아이의 아빠가 됐다.

육아휴직 때 느꼈던 '아빠 효과'는 그대로 그의 보육에대한 생각을 바꿔놨다.

강 팀장은 "흔히 남자가 육아를 도와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육아에 엄마와 아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며 "남자들은 비교적 부성애(父性愛)가 늦게 생기는 것 같은데 부성애가 생기면서 아내와 아이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경험한 '세 아이의 아빠' 공무원은 현재 저출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부 차원의 저출산 대책을 총괄하는 곳이다. 강 팀장은 이 곳에서 새로운 저출산 대책을 발굴, 검토하는 일 등을 맡고 있다.

최근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여러모로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80조원의 저출산 예산을 투입했지만 정책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책과 현실의 괴리감이 크다. "돈 더 준다고 애를 더 낳겠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자녀 가구의 가장으로서, 육아휴직을 했던 강 팀장의 경험은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에 기대를 걸게 한다. 최소한 정책과 현실의 괴리감은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강 팀장은 "일자리와 주거와 같은 경제적인 부분과 함께 일·가정 양립에 대한 인식 등 출산 기반과 인식이 같이 악화되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저출산 정책은 보육 확충에 중점을 뒀는데 앞으로 10년은 일·가정 양립이 정립되는 기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녀가 태어나면 1년 정도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자녀를 온전히 돌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영아기의 부모 트라우마를 줄여줘야 한다"며 "사회 시스템 자체가 자녀 둘은 낳을 수 있도록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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