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운영해서 수익이 나고 하면 시골에서도 나쁠 게 뭐가 있나, 사업자들이 일방적으로 땅을 매입하는 식으로 추진하니 문제지."
지난 20일 찾은 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길마을. 마을 이장인 김재웅씨(64)는 태양광 발전에 대한 의견을 묻자,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답했다.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막는 주범으로 주민 수용성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지만, 현장 분위기는 뜻밖에 호의적이었다.
그의 말을 증명하듯 문길마을 입구에는 큼지막한 태양광 패널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추를 키운다는 비닐하우스, 삽자루를 실은 트랙터와 나란히 선 70㎾급 태양광 발전기는 묘하게 농촌 풍경과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문길마을은 80여명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로, 주민 대부분은 60~70대 이상의 고령이다. 단감, 매실, 대추 등이 주 수입원이다. 마을 어귀를 지나자 집집 마다 지붕 위에 올려져 있는 작은 크기의 3㎾급 태양광 발전기가 눈에 들어왔다.
조용한 농촌 마을의 일상 속으로 신재생 발전인 태양광이 파고든 것은 2011년 순천시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자원순환센터가 인근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기피시설인 자원순환센터가 주암면에 자리 잡는 대신 순천시에서는 2㎞ 이내 12개 마을에 지원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고, 주암마을은 마을 공동 태양광 시설을 요구한 것이다.
김 이장은 "마을 차원에서 소득이 될 방안을 찾다 보니 공동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를 추진했다"며 "발전기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를 한국전력에 내다 파는 식으로 해서 마을 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규모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 사업이 지역 주민의 반대에 막혀 줄줄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사업 허가가 반려·보류된 풍력·태양광 사업 중 37.5%는 주민 수용성이 이유였다.
이렇게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로 인해 문길마을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은 연간 1000만원 수준. 매년 마을 주민들 간의 협의를 통해 사용처를 결정해 집행하고 있다.
김 이장은 "투자자들이 자기 욕심만 차리고 주민들 의견은 무시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주민들이 지속해서 혜택을 얻을 수 있으면 발전 시설이 들어와도 문제가 없다"며 "대부분 노인이라 일할 수 있는 체력이 받쳐주지도 않아서, 태양광 기금이 들어오면 좋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순천시에서는 자발적으로 태양광 발전을 유치한 문길마을 외에도 외부 사업자와 지역 주민 간 입장을 원만히 조율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고동산에 60㎿급 풍력 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의 경우 사업자가 직접 6개월간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수익 공유 형태로 접점을 찾았다.
정부 차원의 주민 수용성 향상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주민 참여와 규제 개선 등 양방향으로 전략을 이행 중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태양광(1㎿)·풍력(3㎿) 발전사업에 지역 주민이 지분 참여할 경우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최대 20%까지 추가 부여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주민 반발은 낮추면서 사업자 부담은 최소화 하려는 조치다.
주민이 참여하는 사업은 확실한 혜택을 제공한다. 태양광 입찰 선정에서 가중치를 부여해 우대하고, 한도 100억원에서 장기로 저리(1.75%)의 정책자금을 사업자에게 우선 지원한다.
특히 농촌태양광 활성화를 위해 농민이 직접 조합을 구성해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사업계획 수립에서부터 시공사 선정, 전력판매 지원 등 전 과정에 걸쳐 지원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에너지공단과 농협은 지난해 12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규제 측면에서는 도로나 주거지에서 100~1500m 이내에 태양광 같은 신재생 시설을 무조건 불허하는 곳이 늘어남에 따라 각 지자체와 완화 조치를 협의 중이다. 도로·주거지와의 이격 거리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거나 100m 이내로 최소화하는 식이다.
농가가 직접 농지를 전용해 태양광 사업을 할 경우 부담해야 하는 공시지가 30%의 농지보전부담금이 부담으로 작용함에 따라, 이를 50% 감면하는 조치도 시행할 예정이다. 올해만 60억원의 부담금 감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앞으로도 주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사업자와 이익을 공유하는 상생 발전을 계속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지역별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추가적인 효율적 인센티브 제도를 고려하고, 새로운 주민 참여 모델을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장영진 산업부 에너지정책국장은 "신재생 확대에 있어 수용성 문제는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라며 "신재생 사업이 주민에게도 이익이 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늘리고 신규 주민 참여모델도 발굴·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