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3번의 환승을 거쳐 20시간 만에 도착한 멕시코 콜리마주 만사니요. 다시 차를 타고 해안도로 따라 1시간을 달리자 태평양과 맞닿은 해안가에 자리 잡은 커다란 원통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한국가스공사가 건설·소유·운영(Build·Own·Operate)하는 만사니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이다.
터미멀에 도착하자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는 뜨거운 햇빛에 얼굴이 새까맣게 탄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터미널의 운영·관리(O&M)를 책임지고 있는 김찬수 기술이사(CTO·가스공사 부장)이었다.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라는 환영 인사를 전하는 김 이사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연신 맺혔다.
그를 따라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자 파이프가 미로처럼 뒤섞여 있는 거대한 철골구조물이 버티고 있었다. 터미널의 핵심설비인 기화기다. 천연가스는 일반적으로 기체로 존재하지만 온도를 영하 162도 아래로 낮춰 액체, 즉 LNG로 변환해 운송한다. 액화로 부피가 600배 줄면 운반·수송 비용도 그만큼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운송된 LNG를 발전소 등에서 사용하려면 다시 기체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LNG를 기체상태 천연가스로 돌리는 설비는 가스히터. 만사니요 LNG터미널의 가스히터는 한국등 다른 터미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다. 사시사철 뜨거운 햇빛을 이용 온도 보상을 할 수 있도록 3m 위로 솟아 있는데다 하부에서는 쉴새없이 물방울이 떨어졌다. 김 이사는 "사계절 내내 기준점 이상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특화 설비"라며 "국내 기지와 달리 전기 히팅이나 가스를 공급할 필요가 없는 것은 장점이지만 온도보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습기 때문에 페인트 작업을 상시 진행하는것은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만사니요 LNG터미널에는 미국과 페루, 나이지리아 등에서 수입된 LNG가 15만㎘ 규모 대형탱크 2기에 저장됐다가 기화(액체→기체)해 인근 복합화력발전소에 공급된다. 공급 규모는 연간 380만톤으로 멕시코 3개 LNG 터미널 가운데 최대. 멕시코 전체 천연가스 공급량의 10%다.
중앙제어실로 자리를 옮겼다. 천장에 부착된 커다란 모니터를 통해 설비운영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5명의 엔지니어가 쉴새 없이 제어소프트웨어를 점검했다. 제어프로그램에 나타난 설비효율은 100%다. 1t의 LNG가 들어왔을 때 조금의 손실도 없이 모두 기화돼 공급된다는 의미다. 가스공사가 30여년간의 터미널 운영·관리 노하우를 축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만사니요 LNG터미널의 플레어스택은 터미널을 돌아보는 내내 불꽃이 없이 잠잠했다. 김 이사는 “가스전 플레어스택에 불꽃이 꺼지지 않는 것과 달리 LNG터니널 플레어스택의 경우 불꽃이 발생하면 설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초창기 설비 안정화 단계를 지나고선 지금까지 불꽃이 켜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만사니요 LNG터미널 사업은 국내 에너지산업에 획을 그은 기념비적 사업이다. 에너지업계 최초의 기술수출 사업이자 민·관 합동 수주 사업이기 때문이다. 총 사업비 8억7600만달러(투자 당시 약 1조원)가 투자됐는데 가스공사와 삼성물산, 일본 미쓰이상사가 각각 25%, 37.5%, 37.5% 지분으로 참여해 한국기업 지분율이 62.5%에 달한다.
지난 2008년 1월 멕시코국영전력청(CFE) 발주 이후 2012년 3월 준공까지 4년여가 걸렸다. 2012년 6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지금까지 261카코(LNG선 1척=1카고)가 입항했다. 운영기간은 2031년 8월까지다.
수익도 안정궤도에 접어 들었다. 가스공사는 2031년까지 1290억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까지 합치면 한국 기업의 수익은 약 3300억원으로 추정된다. 가스공사는 2008년 623억원(488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지난해 말 이미 365억2000만원(58.6%)를 회수했다.
한국가스공사 김찬수 기술이사는 “만사니요 LNG터미널은 대표적인 기술수출 사업성과로 가스공사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제고했다”며 “앞으로도 LNG터미널 분야의 풍부한 경험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 참여로 안정적 수익창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