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주로 회식 자리에서 상사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차 피해는 동료들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
피해자 10명 중 8명은 성희롱 문제에 둔감한 회사의 조직문화와 문제해결 역량에 대한 불신으로 참고 넘어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는 3일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3년마다 실시되는 국가승인통계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약 8개월여에 걸쳐 상시근로자 30인 이상인 공공기관, 민간사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일반직원(응답자 9234명) 중 8.1%는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대상의 차이로 비교에 한계가 있지만 2015년 조사에서 이 비율은 6.4%였다. 조사에 참여한 황정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2015년도 조사결과에 비해 높아졌는데 미투운동 이후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 민감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희롱 행위자는 '상급자'가 61.1%로 가장 많았다. 위계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이 다수인 것으로 분석된다. 행위자의 21.2%는 '동급자', 9.3%는 외부인(고객, 민원인, 거래처 직원 등)이었다. 행위자의 83.6%는 남성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가장 취약했다. 성희롱 피해 경험 응답자 중 여성은 14.2%, 남성은 4.2%였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가 12.3%로 가장 높았고, 고용형태별로는 비정규직이 9.9%로 정규직(7.9%)에 비해 높았다.
기관별로는 민간사업체(6.5%)에 비해 공공기관(16.6%)의 성희롱 피해 경험 응답 비율이 높았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의 경우 2018년 상반기 공공부문 성희롱 실태 전수조사 실시로 민감도가 높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지방자치단체(28.1%), 민간사업체 중에서는 사회서비스업(11.0%)의 종사자의 성희롱 피해 경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희롱 발생 장소는 회식장소가 43.7%로 가장 빈번했고, 사무실은 36.8%였다. 여가부 관계자는 "성희롱 방지를 위한 제도적 지원뿐 아니라 직장문화를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성희롱은 언어표현을 통한 경우가 많았다.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5.3%), '전화, 문자 등을 통한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3.4%),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2.7%) 순으로 응답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성희롱 피해 사실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성희롱 피해 경험자의 81.6%는 피해 대처 방법으로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여성(78.6%) 보다는 남성(87.9%)이 피해를 당하고도 참는 경우가 더 많았다.
사내 기구나 외부 기관을 통해 공식 신고한 경우는 0.8%에 불과했다. 공식 절차를 밟은 경우가 100명 중 1명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동료에게 알리고 의논', '성희롱 행위자에게 사과를 요구' 등 개인적 차원에서 대처한 경우는 각각 8.6%, 6.9%로 조사됐다.
피해를 당하고도 참고 넘어간 이유로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9.7%),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1.8%) 응답 비율이 높았다.
여가부 관계자는 "성희롱 피해를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인식이 충분치 않고 조직의 문제해결 의지에 대한 낮은 신뢰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성희롱 피해 사실을 말했을 때 의심하거나, 부당한 처우에 대한 암시, 조사과정에서 행위자 편을 드는 식의 2차 피해도 적지 않았다. 성희롱 피해 경험자 중 27.8%는 2차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차 피해는 민간사업체 중 종사자 규모가 작을수록 발생 빈도가 높았다. 2차 피해 가해자는 동료(57.1%)인 경우가 많았다.
성희롱 피해 경험자 중 29명은 성희롱 문제제기 후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했다. 피해 당사자의 35.7%는 집단 따돌림 등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력자의 고통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6개 불이익 조항 중 집단 따돌림 등을 제외한 △파면 등 신분상실 △직무 미부여 △징계 등 부당한 인사 △성과평가 등에서 차별 △교육훈련 기회 제외 등 5개 조항에서 조력자의 불이익 경험율이 피해 당사자 보다 높게 나타났다.
성희롱 발생 이후 '성희롱 행위자는 재직하고, 피해자가 퇴사한 경우'는 15.5%였다. '피해자만 재직하고 행위자가 퇴사한 경우'는 19.5%, '둘 다 계속 재직하는 경우'가 62.7%였다.
성희롱 업무담당자(응답자 1589명)의 31.8%는 성희롱 방지 방법으로 '성차별적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행위자에 대한 공정한 처벌'(19.3%) 응답 비중도 높았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 각 기관의 성희롱 방지 체계는 어느정도 구축됐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하고 피해자들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피해신고를 주저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가부는 피해자 상담을 통한 지원기관 연계, 기관담당자의 사건처리 지원, 조직문화 개선 현장 대응 등 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