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럽연합(EU)의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EU산 수입품에 약 5681만유로(720억원) 규모의 보복관세 부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EU 철강 세이프가드와 관련 국내로 수입하는 EU산 제품에 대해 약 5681만유로 규모의 양허정지를 할 수 있다는 통보문을 세계무역기구(WTO) 상품이사회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양허정지란 관세의 상한선을 두기로 한 '양허'를 멈추는 것을 말한다. 무역협정에 따라 축소하거나 없앤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식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제품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수입국이 취할 수 있는 잠정적인 수입제한조치다. 다만 세이프가드가 공정한 수입에 대한 비상 조치인 만큼 WTO 세이프가드 협정은 대상국이 조치국에 보상을 요구하거나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 양허정지 등을 통해 보복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 따라 미국 시장에 수출되던 철강이 EU로 유입돼 역내 철강산업에 피해가 우려된다며 세이프가드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지난 1월11일 EU와 양자협의를 통해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가 WTO 협정에 합치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우리 업계의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EU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최종 확정해 지난 2월2일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EU산 수입품에 대한 다자·양자 협정에 따른 양허세율을 일시적으로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WTO 상품이사회에 양허정지 의사를 통보했다. 양허정지 규모인 5681만유로는 EU 세이프가드 조치로 인한 한국산 철강 수출품의 추가 관세 부담 추정액이다.
곧바로 양허정지 조치가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향후 실제 행사가 가능한 시점에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양허정지를 검토·추진하기로 했다.
WTO는 절대적인 수입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내려진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서는 조치가 발효된지 3년이 지나야 양허정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는 이번 조치가 WTO 협정에 불합치한다는 WTO 분쟁해결기구(DSB)의 판정이 내려져야 한다.
다만 정부는 5681만유로 중 수입이 절대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는데도 조치대상이 된 품목과 관련된 2263만유로 규모의 양허정지는 3년이 지나지 않아도 시행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EU 세이프가드 조치 완화 혹은 철회 유도 효과, 양허정지 대상 물품의 국내수요자에 대한 피해 여부와 정도, 양자 간 통상관계 등을 종합 고려해 양허정지를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