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5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0.3%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나자 혼란에 빠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일단 재정관리국을 문책했다. 예산실이 초과 집행한 1분기 예산이 지방자치단체에서 묶여버린 원인을 추궁했다.
이튿날인 26일 기재부는 부랴부랴 올해 4차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어 세 가지 대응 방안을 마련했는데 여기서 1분기 '판단 미스'를 읽을 수 있다.(☞관련기사: 시중 풀릴 20조 정부 통장에만…1분기 '역성장' 이유 있었다)
재정관리국은 "①재정조기집행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하는 가운데 ②재정집행 관리체계를 '실집행' 중심으로 개편하고 ③어제(4월25일)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기 위한 사전준비에 조속히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문제는 예산을 줬는데도 그것이 지자체에서 실제로 집행되는지 챙기지 못했단 의미다. 홍 부총리는 보고에 흡족할 수 없었다.
하루 만에 재정국이 내놓은 실집행 저하 부문과 원인은 명료하다. 생활SOC(사회간접자본)와 일반 SOC 분야, 일자리사업 등 중점관리대상이 문제였다. 재정국 관계자는 "보조사업의 경우 보조사업자(지자체, 민간기관 등)가 실집행하지 않거나, 지연돼 실집행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며 "국고금 운용상 비효율성이 증대될 우려가 있었다"고 스스로 지적했다.
기재부가 이에 따라 내놓은 실집행 강화방안은 세가지다. 먼저 △실집행 실적에 따라 부처별 자금배정 차등화하고 △실집행 우수 지자체에 인센티브(행안부 특별교부금)를 주고 △연례적 실집행 부진사업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해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예산권을 담보로 당근과 채찍을 주겠다는 것이다.
국민 혈세를 지난해보다 20조원 가까이 더 지자체에 퍼주고도 집행체계를 관리하지 못한 기재부는 결국 생활SOC 예산에 관해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에 관련 집행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국조실에 생활SOC 추진단이 있으니 예산을 준 이후에 벌어지는 자세한 집행 감시는 총리실에 넘긴 셈이다.
업무를 떠맡은 국조실은 앞으로 3년간 30조원 이상이 쓰일 생활SOC 분야에 관한 범부처 가이드라인을 이달 말까지 지자체에 제공할 계획이다. 기존에 주무부처가 달랐던 공공시설의 복합화 대상사업에 관한 3개년(‘20~’22년) 투자물량, 추진절차 등을 담은 일종의 지침서다.
생활SOC는 시설복합화가 핵심이라 현행 부처별·사업별로 칸막이식 공급방식에서 벗어나 체육관, 도서관, 어린이집, 주차장 등 여러 부처의 다양한 시설을 한 공간에 모으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중앙정부가 1분기에 생활SOC 관련 총 8조6000억원 예산 중 34.7%인 3조원을 초과집행 했는데 지방정부는 그동안 올해 석달동안 가이드라인도 없어 돈을 쓰지 못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