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토마스 멜서스)
멜서스 '인구론'은 식량증가가 인구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므로 산아제한 정책 등을 통해 인구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화학비료 발명과 농기계 발달로 식량생산량이 혁신적으로 늘면서 잘못된 예언이 됐지만, 인구상승률을 낮춰 1인당 소득(식량)을 높여야 한다는 메시지는 개발도상국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졌다.
한국은 멜서스 우등생이었다. 한국은 1980년대 중반 합계출산율이 2명 아래로 떨어졌는데도 1990년대 중반까지 산아제한 정책을 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구호로 대표되는 산아제한 정책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1인당 소득을 높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파이를 나눠먹을 사람이 줄어들어 더 많은 몫을 챙길 수 있었다.
산아제한 정책은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고령화 사회란 폭탄이 돼 떨어졌다. 생산가능인구가 유지되면서 인구증가율이 낮아지면 생활수준이 개선되지만, 이제는 한창 일할 15~64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돈 버는 사람'이 줄기 시작했단 얘기다.
멜서스가 살던 18~19세기엔 존재하지 않던 세계화 변수도 우리를 힘들게 한다. 세계화가 심화되면서 자본에 국적이 사라졌다. 인구가 줄면 1인당 자본이 늘어나기 보다는 자본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나라로 자리를 옮긴다. 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동남아로 가던 공장들이 이제는 수요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예고된 인구감소에도 막연하게 일자리가 늘어나리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도 이제는 멜서스 졸업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정년연장과 외국인 이민확대를 시사하는 인구구조 변화 대응전략을 발표했다. 돈 버는 사람을 늘리겠다는 정책이다. 교원수급체계와 군 인력획득제도, 연금제도를 손보고 복지지출 효율화 계획도 세운다.
전문가들은 해당 정책이 청년세대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봤다. 궁극적으로는 출산율을 올릴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연공서열을 깨 정년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청년층 불만을 해소해고, 기업에 부담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를 풀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