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8년만에 코스피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 일시정지)가 발동되는 등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정작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시장을 안심시킬 메시지를 내놓거나 대책회의를 열지 않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야 할 기재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 지적이다. 기재부는 장·차관이 마스크 수급 현장에 연일 집중하고 있어 정작 핵심 과제인 시장 안정화를 외면했다는 지적을 얻는다.
원래 미국 금리인하·미-이란 갈등처럼 시장에 변수가 나타나 출렁거리면 기재부는 거시경제금융회의(거금회의)를 소집해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과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한다. 이를 통해 시장 안정화에 대한 정책의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내고 정부의 메시지를 던진다.
지난 12일 8년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지만 기재부는 거금회의를 열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12일 증시 급락은 한국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 대책이 미약한 데 따른 글로벌 시장의 실망감이 많고, 외국인의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신흥국 시장 전반에서 증시 급락이 나타났다"고 바라봤다.
시장안정에 대한 메시지는 거금회의 대신 조찬 자리에서 나왔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13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열고 "향후 코로나19의 전개 양상에 따라 경제의 부정적 파급효과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민간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필요시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국제금융국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거시금융회의를 1차관이 주재할 수도 있지만 이날 전문가 좌담회는 사전에 예정됐던 행사이고, 좌담 성격이 시장관계자들 의견을 기재부가 격의 없이 들어보자는 취지여서 거금 대신이라는 맥락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오전에 비공식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경제수장 회의도 예정돼 있어 사실 거금 회의보다 정부 대응이 격상된 측면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에 이어 13일에도 코스피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틀 연속 발동은 8년7개월만이다. 이 상황에서도 기재부의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아직 금융시장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김 차관은 13일 간담회에서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코로나19의 확산 경로와 맞물려 아시아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전이·확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복원력을 보였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이 지속될 경우 금융시스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더불어 비상시기에 대응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 자체가 없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미국은 시장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자 연준 금리를 0.5%포인트 발빠르게 내리고 재정확대·경기부양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신속히 전했다"며 "우리 정부는 마스크나 잡으러 다니지 시장을 돌볼 생각이나 계획이 없다"고 꼬집었다.
기재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에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확대·금융기관 대상 대출 프로그램 담보를 MBS(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 등으로 확대하는 시장안정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조동근 교수는 "최근 확진자가 줄어드는 조짐도 보이고,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탈이 코로나19에 무너질 정도는 절대 아니다"며 "결국 경제활동을 해야 이 사태를 이겨낼 수 있는만큼 기업인들이 힘내라는 멘트라도 정책당국으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각료들이 코로나19가 조기 종식된다는 등 촐랑대는 멘트를 내놓을 게 아니라 경제심리를 살릴 인센티브를 보여줘야 한다"며 "실물경제에 몸담고 있던 관료가 없어 경제부처가 죄다 추경에만 목을 매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바라봤다.
한편 미국 등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실물경제 출신 관료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다. 고위 공직자가 업무관련 기업 주식을 보유하는 게 '백지신탁제도'에 따라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2018년 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백지신탁제도를 완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인재라 해도 장관이 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