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로 속이 더 터진다"
한 경제학자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한국경제가 코로나19(COVID-19)의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 경제성장의 정상궤도에 올라섰다고 말할 수 있게됐다"고 한 발언을 인용하면서다. 이 경제학자는 지금도 폐업과 실업이 속출하고 가계부채 문제는 여전한데도 경제지표는 장밋빛으로 나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날은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발표한 날이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GDP는 470조8467억원으로 전기대비 1.6% 증가했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상쇄하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분기의 GDP 468조8143억원을 뛰어넘었다. 코로나의 터널을 벗어났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틀린 건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 사정은 다르다. 통장잔고를 조회해봐도, 주변을 둘러봐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지고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어렵다.
사실 GDP 증가율은 일반 국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GDP는 소비 뿐 아니라 건설·설비투자, 정부지출, 순수출 등을 모두 합쳐 계산한다. 이번 1분기 GDP 증가분은 상당부분 수출과 설비투자에서 나왔다. 두 항목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각각 3.1%, 12.6% 성장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간소비는 같은기간 여전히 5.5% 감소해있다.
피부에 와닿는 경기지표는 더욱 좋지 않다. 대표적인 게 고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취업자수는 2692만3000명으로 13개월만에 처음 전월대비 증가했다. 그러나 아직 코로나19 이전과는 거리가 멀다. 2020년 평균 2690만명보다 2만명 많은 데 불과하고 2019년 평균 2712만명보다는 아직도 30만명 적다. 실업자 수 역시 122만명으로 2019년(106만명), 2020년(110만명)보다 많다.
이른바 'K자형' 회복이 만들어낸 양극화는 체감경기를 악화시킨다. 통계청 가계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40%를 의미하는 1·2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분기보다 각각 13.2%, 5.6% 줄었다. 같은 기간 상위 20%인 소득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오히려 17.9%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아직 올해 1분기 가계수지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저소득층이 주로 고용된 대면서비스업 등 업황을 고려하면 격차가 크게 줄어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자산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KB국민은행이 주택가격과 통계청 소득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득 중간수준인 가구가 서울 중간가격의 집 한 채를 사기 위해서는(PIR·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 15.6년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2019년 기준 국내 무주택가구의 비중은 43.7%다. 국민의 절반이 '벼락거지'의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GDP가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한 건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정부가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때 많은 국민들의 박탈감은 더 커진다. "나만 빼고 회복된 것인가"하는 조바심이다. 정부가 아무리 '투기'라고 경고해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아니 노릴 수밖에 없는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