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나라살림을 위해 600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안'을 편성했다. 총지출이 올해 본예산과 비교해 8.3% 늘어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확장재정'이라고 규정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까지는 확장적 기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을 확장재정으로 인정하지 않고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아쉽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확장재정과 긴축재정을 나누는 기준이 저마다 다른 탓이다.
경제학에선 대개 세입보다 세출이 많으면 확장재정으로 본다. 경제학에서 GDP(국내총생산)는 소비와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의 합으로 구성된다. 이 때 정부지출이 0보다 크면 확장재정으로 평가한다. 정부지출은 총지출에서 총수입(세금 등)을 뺀 값이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총수입은 약 549조원이다. 반면 총지출은 약 605조원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56조원가량 많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확장재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총수입과 총지출 증가율이란 다른 기준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 본예산 대비 8.3%다. 반면 총수입 증가율은 13.7%다. 세금 등을 통해 정부가 거둬들이는 돈보다 민간에 푸는 돈이 더 적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 기준으론 확정재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홍 부총리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총수입 증가율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예산안 관련 브리핑에서 "이미 추경, 2차 추경을 통해 세입이 경정됐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해서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며 "2차 추경 세입예산으로 대비해서는 7.8%가 늘어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본예산은 본예산끼리, 추경 후 예산은 추경 후 예산끼리 비교하는 게 상식인데 내년 본예산을 올해 추경 후 예산과 비교하라는 얘기다. 홍 부총리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말이 되려면 내년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가 내년 중 추경을 실시하지 않아야 하는데, 과거 선례로 볼 때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
또 총수입과 총지출 규모를 단순 비교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간 세입전망이 과소추계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세금을 걷고나면 예상보다 더 많더란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본예산 편성당시 예상했던 세수보다 올해 세수가 약 32조원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으로 국내외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는 경우 대규모 초과세수가 내년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당초 예상과 달리 내년 세수 등 총수입이 총지출을 넘어서면 결과적으로 긴축재정이 된다.
홍 부총리는 "올해 초과세입을 구성했던 자산시장의 초과세수는 내년도에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도 "대개 위기가 어느정도 정상화된 시기 이후에는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증가가 경향적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학계에서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 재정충격지수(FI) 등을 확장재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입을 뺀 지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악화되면 확장재정, 개선되면 긴축재정으로 보면 된다. 내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4.4%다. 올해는 본예산 기준 -5.6%, 2차 추경 후 기준 -6.2%다. 내년에 수치가 개선되는 셈이니 긴축재정으로 볼 수 있다.
재정충격지수는 경기변동 요인을 제거한 지표다. 경기 침체 또는 호황에 따른 재정수지 변화를 배제했다. 재정충격지수가 플러스면 확장, 마이너스면 긴축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