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글로벌 기술허브 생긴다"...AI 날개로 비상하는 폴리텍

대담=이상배 경제부장, 정리=오세중 기자
2021.11.22 06:00

[머투초대석] 조재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11월 17일 조재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폴리텍 제공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 중심의 글로벌 기술인재 허브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제 수준의 직업교육을 제공하겠다. 이를 위해 서울 용산에 국제교류센터, 충북 제천에 메타버스 연구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조재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은 폴리텍대학의 미래상을 묻는 질문에 한치 주저함도 없었다. 취임 9개월을 맞은 조 이사장을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에 위치한 '서울정수캠퍼스'에서 만났다. 노동경제학의 대가답게 그는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와 일자리 문제 해법부터 시작해 향후 폴리텍대학 경영 전략까지 1시간 20여분에 걸쳐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4차산업혁명에 발맞춰 조 이사장이 강하게 혁신 드라이브를 거는 폴리텍대학은 전국 40개 캠퍼스에 246개 학과를 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대학이다. 2년제 학위과정, 공학사 학위과정(야간 2년) 등 기계·산업설비 등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뿌리산업'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하는 직업기술교육대학으로 지난 53년간 무려 270만여명을 키워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주도한 산업역군 양성소인 셈이다.

17일 조재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오른쪽)이 이상배 머니투데이 경제부 부장(왼쪽)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폴리텍 제공

-한국 경제를 위해 폴리텍대학이 할 역할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 먼저 우리나라 경제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 1970년~1980년대의 한국은 매년 10% 가량 30여년간 압축적으로 성장했다. 이후 성장이 둔화됐지만 경제활동인구 차원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아 2차 고도성장기를 맞을 수 있다. 출산은 줄고 있지만 여성의 경우 육아 문제로 경제활동을 멈췄다가 일·가정양립 정책 등으로 다시 경제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50~60대의 은퇴연령도 늦춰지고 있다.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스위스, 스웨덴은 84%가 경제활동인구이고 미국도 70% 정도인데 한국은 64%에 불과해 경제활동인구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이런 인력들이 기술기반의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면 개인 입장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는 셈이다. 1년 정도 교육을 받으면 10년 정도 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데 그걸 가능하게 하는 곳이 폴리텍대학이다.

폴리텍대학의 방향성도 이런 역할에 맞춰져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기술기반 교육시스템으로의 전환이다. 조금만 더 투자를 해 폴리텍대학의 교육시스템을 기술에 초점을 맞추면 2800만명의 노동인력이 더 활동할 기회가 생긴다. 폴리텍대학을 거쳐간 학생들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글로벌 최고 직업기술교육대학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제화와 과학기술중심 교육을 위한 AI교육의 전면도입이 필요하다.

-폴리텍대학의 국제화는 어떤 방식으로 구상하고 있나.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재학생과 교직원의 글로벌 역량 강화와 이태원캠퍼스의 지리적 이점을 살린 거점 글로벌화 추진 방안이다. 역량 강화와 관련해선 재학생을 대상으로 공학계열 전공 원어민 교원을 초빙해 캠퍼스 우수학생을 대상으로 기술영어(English for Technology) 등 현장실무 중심의 외국어 교과 운영 등 어학능력 향상 기회 제공을 검토 중이다. 국제도시 제주에 위치한 제주캠퍼스 기숙사 등 폴리텍 전국 인프라를 활용한 재학생 '어학 캠프' 운영도 폴리텍대학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

교직원의 글로벌 역량도 폴리텍대학이 국제 수준의 기술인재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외국어 능력 향상 프로그램 지원뿐 아니라 외국어로 수업이 가능한 교원 양성과 채용 확대, 재직·퇴직 교직원의 국제개발협력사업(ODA) 참여 활성화 등 단계적인 글로벌 역량 로드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지리상 이점을 활용한 글로벌화는 이태원이라는 특성을 살리는 것이다. 이태원에 위치한 서울정수캠퍼스의 접근성 높은 입지 여건과 언어·문화 다양성이 높은 환경은 글로벌 기술 인력 허브 구축에 큰 자산이다. 국제협력 강화 차원에서 외국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게 정수캠퍼스를 개방된 공간으로 만들어 나감으로써 '세계도시 서울' 중심에서 글로벌 기술인재 양성과 국제협력의 랜드마크로 성장시켜 나가겠다. 정수캠퍼스를 각국의 회의가 열리도록 하는 국제컨벤션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 주변 호텔 등 숙박시설과 남산 등 주변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폴리텍대학 서울정수캠퍼스 실험실에서 조재희 이사장이 학생들의 실험을 직접 참관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AI를 모든 학과에 접목하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

▶폴리텍대학이 세계적인 기술기반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AI 기술이 중요하다. 제조, 설비 등 뿌리산업의 인력을 50여년간 키워온 폴리텍대학은 그 자체로 성공적인 모델이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AI 교육은 필수적이다. AI에 기술(x)을 접목시킨다는 'AI+x 인재 양성 계획'에 따라 AI 기술 세미나와 교수 연수 등에 전체 교원 75%이상이 참여했다. 교육과정도 대대적으로 손질해 전공과 무관하게 AI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융합공통교과를 편성했고, 전국 캠퍼스 학과 80%가 AI 기술 관련 수업을 개설했다.

-교육과정은 어떻게 혁신하려고 하나.

▶기술 교육의 성패는 산업 기술 변화를 신속히 파악하고 이를 가르칠 수 있는 신기술 교육 체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폴리텍대학은 2025년까지 123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총 53개 학과를 신설·개편할 계획이다. 핵심인 AI 인재 양성을 위해 2024년까지 총 450억원을 투입하고,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만큼 2025년까지 총 600억원을 들여 저탄소 관련 학과도 신설할 계획이다. 고학력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SW) 및 반도체 분야 신기술 접목도를 높이는 하이테크 방향으로 가기 위해 기존 교과도 30% 이상 개편하는 등 2024년까지 183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당장 내년에 AI, SW, 반도체, 저탄소 분야 18개 학과 신설·개편이 추진된다. 결국 AI를 비롯한 이런 기술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인재들이 해외에서 인정받는다면 국제교류도 늘어날 것이고, 폴리텍대학은 글로벌 기술인재 허브가 되는 것은 물론 '한국형 AI 직업교육훈련(AI K-TVET)'을 국내·외로 전파·확산시켜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꿈꾸는 폴리텍대학의 미래다.

-메타버스 센터도 구축 중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충북 제천에 메타버스 신기술연구센터를 구축 중이다. 메타버스나 가상현실(VR) 등의 분야가 학교 교육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도 방송통신교육처럼 다른 망을 통해 하는 교육이 있었지만 메타버스나 VR 등의 분야는 교육의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가상의 공간에 모여 의사가 내시경으로 진단하고, 개복없이 진단하듯이 우리가 직접할 수 없는 장비나 작동원리를 VR로 구현해내면 더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일례로 항공MRO(유지보수운영) 특성화 대학은 항공장비가 비싸기 때문에 함부로 뜯어보지 못한다. 이런 부분을 가상공간을 통해 구현해내고, 내부 설계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진다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교육 가운데 직업교육, 기술교육을 부차적인 것으로 본다. 전통적인 교육만을 주류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기술교육과 함께 투트랙으로 가야한다. 폴리텍 같은 곳을 통한 기술교육도 지식 축적의 중요 경로로 생각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기술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 교육을 통해 기술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 평생 일하는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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