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저 호황' 덕분에 고성장한 전두환 시절 경제...김종인도 관여

세종=안재용 기자, 이정혁 기자
2021.11.23 16:50

[전두환 사망]

(서울=뉴스1) =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향년 90세. 지병을 앓아온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전 전 대통령은 자택 내에서 쓰러져 오전 8시55분께 경찰과 소방에 신고됐으며 경찰은 오전 9시12분께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2019년 3월11일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2021.11.23/뉴스1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경제 안정화(물가안정) 정책으로 요약된다. 과잉 투자됐던 중화학공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단행됐다. 1979년 12·12 사태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등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집권한 그로선 정권 유지의 정당성을 위해서도 당면한 경제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2차 오일쇼크로 시작된 전두환 정부

전두환 정권은 2차 오일쇼크(석유파동)과 함께 시작됐다. 1978년말 배럴당 13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무기화를 선언한 1981년 1월 배럴당 39달러까지 뛰었다. 석유를 전략 해외에서 수입하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었다.

국제유가 급등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졌고 서민들의 생활이 큰 타격을 받았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980년 28.7%, 1981년 21.4%에 달했다. 1980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1.6%로 추락했다. 소득은 줄고, 물가는 오르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정권유지 위해 물가안정에 '사활'…저환율 고집에 외환위기 잉태
소비자 물가지수 추이/사진=한국은행

쿠데타와 민주화운동 탄압으로 정권을 잡아 정통성이 취약한 전두환 정부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에 전씨는 경제 안정화론자였던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중용해 안정화 정책을 편다. 전씨가 김 전 수석에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당시 신군부가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재무분과위원으로 참여해 안정화 정책을 건의했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공권력이 동원됐다.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주던 추곡 수매가를 인상하지 않았고, 임금을 동결했다.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중화학공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했던 세제 지원제도를 손봤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재정지출 비율은 1981년 GDP 대비 23%에서 1986년 16%로 7%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이에 힘입어 1982년 7.2%로 안정된다. 1983년에는 3.4%, 1984년에는 2.3%로 낮아져 1987년까지 2~3%를 유지한다.

다만 수입물가 안정을 위해 상당기간 700원대 환율(원/달러)를 고집했고,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자 환율을 급하게 올리는 등 정책목적에 따라 인위적인 환율정책을 사용해 1997년 위기를 잉태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중화학공업 구조조정도 실시됐는데, 정권초기에 실시됐던 조정방식은 다소 거칠었다. 1980년 10월 전두환 정부는 상공부 주관하에 중화학공업을 직권 조정했고 산업은행 등이 제공하는 정책금융 규모를 축소하기도 했다. 기아산업과 동아자동차를 합병하고, 한국전자통신이 동양정밀을 흡수하는 식이었다. 금성반도체도 대한통신을 흡수했다.

집권 내 고성장, 글로벌 3저 호황 덕분…피할 수 없었던 정경유착

경제성장률 추이/사진=한국은행

전두환 정권(1980년 9월~1988년 2월)에서 우리나라가 81년(7.2%), 82년(8.3%), 85년(7.8%)을 제외하고 매년 10% 이상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는 1980년 중후반 전 세계를 강타한 '3저(低, 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호황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3저 호황이 없었으면 전씨 스스로 "경제만큼은 잘했다"고 큰소리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경유착을 통한 '공룡재벌' 탄생이라는 기형적 경제구조를 고착화시켰다는 비판도 받는다. 전두환정권 시절 국제그룹(당시 재계서열 7위)과 삼호그룹(9위)은 정부의 각종 기금 조성·후원 요청에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룹이 공중분해된 반면 삼성, 현대, 럭키금성(LG), 대우, 선경(SK) 등은 생존했다.

국민연금·공정거래법 도입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90)가 9일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뒤 법원을 퇴장하고 있다. 2021.8.9/뉴스1

기업들의 독과점을 막고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공정거래법과 최소한의 생활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연금·최저임금이 도입된 것도 이 시기다. 1980년 9월 19일 신병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정거래법의 연내 제정과 공정위 신설 계획을 밝혔다.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전두환이 9월 1일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불과 18일이 지난 때였다.

이에 따라 1980년 12월 31일 공정거래법이 제정됐고 이듬해 4월 1일부터 시행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81년 4월 3일 경제기획원 산하 공정거래실로 출범했다. 국민연금은 1986년 12월 전면개정한 국민연금법에 따라 1988년부터 실시됐다. 시행은 노태우 정부 시기지만 초석을 닦은 건 전두환 정부때인 셈이다. 최저임금제도 1986년 2월 법이 제정되고 1988년부터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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