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글로벌 공급망을 촘촘하게 구축한 덕분에 참여하는 국가 모두 공동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강력한 연대는 한편으로 충격에 민감하다는 약점도 존재한다. 한 곳에서 발생한 작은 위험이 또 다른 위험을 야기하고, 서로 복잡하게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외교 안보 이슈가 무역 갈등으로 이어지고, 국가 간 이해관계 대립으로 인한 갈등이 기술 주도권 경쟁이나 에너지 문제로 확대되기도 한다.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는 개별 기업의 경영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사실상 기업 단독으로는 통제하기 어렵고, 바로 적응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불확실성이라는 험난한 파고를 넘는 데 있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꾸준한 예측, 미리 준비하기이다. 기업은 시장 수요, 물가 추이, 경쟁 관계, 거시경제 동향 등 다양한 변수를 앞서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상황에 맞춰 전략을 유연하게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사전에 감지하기 쉽지 않은 위험 요소를 회피해 혁신의 방향을 설정하려는 중소중견기업이 많은데, 미래를 예측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매년 '글로벌 혁신기업 대전'을 개최한다.
올해 행사에는 제이슨 퍼먼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가 대담자로 나섰는데, 퍼먼 교수는 기업의 선제적 대응 전략 수립이 시급한 분야로 인플레이션, 기후변화,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는 "무엇보다 원자재 조달 및 물류 병목 현상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한다"고 강조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두 번째는 신사업과 신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이다. 기존 주력 분야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다. 또한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낸다는 의미도 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화에 맞춰 비대면 중심의 신규 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에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준 기업,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 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해 내는 기업, 독자 기술·세계 최초 기술을 발판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 등 혁신의 모습도 다양하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올해부터 사업 다각화, 해외 진출, 디지털 전환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둔 '등대기업'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 고깃배에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처럼, 올바른 자세와 준비로 성공했던 등대기업도 불확실한 시대에 성공의 자신감을 관련 업계에 확산시킬 것으로 생각한다.
새해에도 기업 경영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을 듯하다. 실제로 얼마 전 한 경제단체가 조사한 결과를 보니, 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내년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요즘같이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미리 준비하기, 새로운 먹거리 찾기라는 두 가지 기본 자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시의적절한 지원도 필요하다.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이 앞을 밝게 비추는 횃불을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길을 넓게 내면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한국산업기술진흥원도 힘을 보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