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자택에서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숨진 70대 코로나19(COVID-19) 확진자 A씨는 폐질환을 앓고 있었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분류됐지만 확진 판정을 받은지 5일간 집에서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병상 여력이 바닥난 현재, 치료의 핵심 공간은 '내 집'이 됐지만 스스로 먹고 바이러스를 견딜 경구용(먹는) 치료제는 아직 국내엔 없다. 11월 1일 일상회복 전환 후 지금까지 A씨처럼 병상 대기중 숨진 확진자는 이미 50명을 넘었다.
준비없이 시작한 일상회복의 청구서가 도착했다. 이날 일일 사망자가 사상 첫 100명을 넘어섰고, 위중증 환자 역시 사상 최다치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병상 대기중 사망자가 속출한 가운데 정부는 대규모 병상 확충에 나섰지만 내년 1월 중순은 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경구용 치료제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의료계와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연내 도입되더라도 내년에야 물량이 본격적으로 풀려 재택치료가 '치료'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미 일상회복 한 달전 병상 확충과 재택치료 준비가 안돼 일상회복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뒤늦은 대응 탓에 앞으로 1~2달 '치료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22일 중증·준중증병상 1578병상, 중등증병상 5366병상 총 6944병상을 1월까지 새로 확충하기로 했다.
앞서 시행된 행정명령을 신속히 이행해 2073병상을 확보하는 한편,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 대상 추가 행정명령 조치를 내려 622병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국립중앙의료원 등 일부 공공병원을 통해 499병상을 확보하고 감염병전담요양병원은 650병상, 감염병전담정신병원은 100병상 확충한다. 거점전담병원도 추가로 3000병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병상 확보 관련 특별 지시에 따른 조치다. 문 대통령은 중증환자 진료에 국립대 병원 의료 역량 집중, 수도권 소재 공공병원의 감염병 전담병원 전환 등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미 일상회복 전환에 앞서 준비됐어야 할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기석 한림대학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진작에 했어야 하는 조치"라며 "불이 나면 소방대원이 가야지 민방위가 끄는 게 아니며 국공립의료원이 먼저 달려드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번 병상 확충 조치가 효과를 내려면 최소 1달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재원 환자의 전원, 병상 구조 변경 등으로 (추가병상은) 1월 중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간 코로나19 치료 대응의 핵심 공간은 의료기관이 아닌 확진자의 '집'이다. 병상 부족탓에 이미 전체 확진자의 61.5%가 재택치료중이다. 이 비중은 단계적 일상회복 시작 주간인 10월 31일~11월 6일 22.3% 수준이었는데 불과 두달여 만에 60%를 넘겼다. 병상이 대규모로 확충되기 전까지 재택치료 비중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작 집에서 환자 스스로 치료가 가능한 경구용 치료제는 빠졌다. 처음부터 경구용 치료제는 의료계에서 재택치료를 '치료'로 작동케 할 마지막 퍼즐조각으로 통했다. 정부는 머크(24만2000명분)와 화이자(7만명분) 등 경구용 치료제를 선구매 계약한 상태다. 내년 2월부터 이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었는데 방역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도입 시기를 연내로 당기기 위한 협의를 해외 제약사들과 진행 중이다. 이날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화이자 치료제의 긴급사용을 승인했고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이자와 머크 치료제의 긴급사용 승인 검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연내 도입이 극적 성사된다 해도 실제 치료와 방역에 보탬이 되려면 내년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계약 물량을 고려하면 순차적으로 도입될 우리 물량의 초기 공급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 2월은 돼야 의미있는 물량이 들어올 것으로 본다. 일부에선 내년 2월은 돼야 본격적 도입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 최대 두달이 될 수도 있는 병상과 경구용 치료제 공백은 방역은 물론 의료체계 전반에 쓰나미가 될 우려가 있다. 재택치료자에 제공되는 키트는 체온계와 해열제,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전부다. 키트를 들고 집에서 불안에 떨다 쓰러져가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이미 11월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병상 대기중 사망자 수만 52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재택치료 불안과 함께 이날 전체 신규 사망자는 109명 발생해 처음으로 일간 기준 100명을 넘겼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전 타미플루처럼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치료제를 주며 집에서 요양하라고 하면 그것이 온전한 의미의 재택치료"라며 "지금의 재택치료는 사실상 방치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공백을 잘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국산 항체치료제가 조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는 경구용 치료제가 도입되지 않은 현재 사실상 유일한 치료옵션이다. 정맥 주사방식으로 투여하는 렉키로나는 그동안 감염병 전담병원 입원환자에 처방됐지만 최근 재택치료자를 대상으로 한 단기·외래진료센터에서도 처방되기 시작했다. 재택치료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국산 치료제가 방파제 역할을 하는 동안 강화된 거리두기가 효과를 내 공백을 막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재택치료를 통한 감염병 대응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해묵은 화두인 원격의료 도입 논쟁에도 물꼬가 트일 수 있다"며 "이번 위기를 통해 보건의료계 전반이 시험대에 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