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때문에 올해 1200조원이 증발한다" [이지경제]

세종=안재용 기자
2022.03.06 06:55
(하르키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 군의 폭격을 받아 파괴된 건물이 보이고 있다. ? AFP=뉴스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를 넘겼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으로 병목현상을 보이던 글로벌 공급망은 대 러시아 제재 이후 교란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대개 전쟁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소(CEBR)의 추정에 따라 올해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가 100조달러라고 가정할 때 그 1%인 1조달러, 원화로 약 1200조원이 증발하는 셈이다.

또 국립경제사회연구소는 세계 물가상승률이 3% 포인트 가량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등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이 항상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미국과 한국전쟁을 계기로 부활한 일본의 사례 등도 있다.

과거 사례를 미국 중심으로 살펴보면 전쟁이 경기의 흐름 자체를 반전시키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단 성장세를 증폭시키는 역할은 했다. 경기상황이 좋았던 시기에 시작된 전쟁은 경기와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경기가 하강기에 접어들었을 때 발생한 전쟁은 경기침체 폭을 확대시켰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던 1939년 미국은 대공황의 수렁에서 막 벗어나 8.1%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후 전쟁이 지속되던 1941~1945년 연평균 11.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참혹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경제는 호황이었던 것이다.

베트남 전쟁 때도 마찬가지다. 전쟁에 개입하기 시작한 1961년 무렵 미국 경기는 저점을 찍고 회복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전쟁기간 동안 미국 연평균 성장률은 4.4%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1960년 5.4%에서 전쟁기간 평균 4.5%로 1%포인트 낮아졌다. 전쟁에도 경기 회복세가 유지된 것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도 같은 시기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참전 1년전인 1963년 한국의 성장률은 9%를 기록했으나 1966년에는 12%를 기록했다. 한국은 1964년부터 1966년까지 2년에 걸쳐 베트남에 파병했다. 해당기간 평균 성장률은 9.6%다.

걸프전에서는 반대 양상이 나타났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1988년 4.2% △1989년 3.5% △1990년 2분기 0.9%로 낮아지며 경기가 둔화되고 있었다. 이같은 경향은 전쟁 발발 이후(1990년 8월) 증폭됐다. 미국은 1990년 3분기부터 연속 3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쟁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음에도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경제 실패로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다.

세계경제에 최악의 영향을 준 대표적인 전쟁이 1973년 10월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이다. 당시 중동국가들은 전쟁 패배 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이스라엘 지원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국제유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제1차 석유파동이라 불리는 사건이다. 국제유가는 1973년초 배럴당 2.59달러에서 1974년초 11.65달러로 올랐다.

겪어보지 못한 비용 급등으로 세계경제는 얼어붙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973년 5.8%를 달했으나 1974년과 1975년에는 마이너스를 찍었다. 스태그플레이션(경제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란 말이 등장한 것도 이 때다. 한국 경제성장률도 1973년에는 14.9%를 기록했으나 1974년과 1975년에는 각각 9.5%, 7.8%를 나타냈다.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석유파동을 불러온 제4차 중동전쟁과 비슷한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글로벌 공급망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교란이 심화될 수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배럴당 110.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20일 배럴당 71.52달러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50% 넘게 오른 것이다. 같은 날 두바이유는 배럴당 106.58달러,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당 107.67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뿐만이 아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네온·크립톤 등 주요산업 공정에 사용되는 희귀가스, 납사 등을 공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비옥한 흑토지대를 기반으로 밀, 옥수수 등 대량의 곡물을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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