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 뒤집혔다" 빠르면 5개월 후 경기침체? '팩트체크' [이지경제]

세종=안재용 기자
2022.04.10 07:15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0일 (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의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 위협이 증가하고 있어 테이퍼링 속도를 더 높이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최근 미국 단기 국채인 2년물 금리가 장기 국채 10년물 금리를 일시적으로 넘어서며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록 일시적이긴 했으나 장단기금리 역전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장중 한때 국채 2년물이 2.39%까지 올라 10년물 금리를 넘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넘은 것은 2019년 9월 이후 2년 반 만이다. 며칠 후 종가 기준으로도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지난 1일 미국 채권시장에서 국채 2년물 금리는 2.46%를 기록해 10년물(2.39%) 보다 0.07%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장을 마감했다.

장단기 금리역전은 경기침체 또는 경기둔화의 신호로 여겨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과거 미국에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거나 역전 조짐이 나타난 후 짧으면 5개월, 길면 13개월 이후 경기후퇴가 발생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채권시장에서는 만기가 긴 채권금리(장기금리)가 만기가 짧은 채권금리(단기금리)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발행시장이냐 유통시장이냐 차이는 있지만 채권을 매입한다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채권 발행자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뜻이다. 돈을 2년 동안 빌려주는 사람보다는 10년 동안 빌려주는 사람이 더 큰 리스크(위험)를 지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리스크가 더 큰 행위를 하는데는 보상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장기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장기 경제전망이 나빠지면 이런 구조가 흔들린다.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전망이 악화되면 시장에 채권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장기채권 발행을 줄이게 된다. 기업들이 장기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대부분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데 경제전망이 나빠지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경제전망이 나빠질 경우 장기채권을 매입해 투자수익률을 확정짓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 경기가 나빠질 것이 전망되는 경우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즉 장기 채권에 대한 수요는 확대되고 공급은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장기채권 가격이 오르게 되는데 이 경우 금리는 하락한다.

반대로 단기채권 금리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쉽게 하락하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면 장기 채권 금리가 크게 낮아지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그 시작이 기업 등이 투자를 줄이는 것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경기침체 또는 둔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또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신호로서의 의미 말고도 장단기 금리역전은 그 자체로 경기를 나쁘게 만들기도 한다. 기업과 가계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을 소극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은행은 금리가 낮은 단기 채권(예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장기로 대출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율 차(예대마진)가 은행의 이윤이 된다.

단기로 돈을 빌려 장기로 대출해주는 행위가 가능한 이유는 은행에 돈을 공급해준 사람 중 일부가 자금을 회수해 가더라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일종의 규모의 경제라 할 수 있다. 경제위기로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은행은 이같은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은행의 수익구조가 깨지게 된다. 조달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높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장기로 대출해준 자금으로부터 받는 이자보다 언제 돌려줘야 할지 정해지지 않은 단기 예금에 지불하는 이자가 많다면 은행은 대출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KB증권에 따르면 실제로 장단기 금리역전 이후 대출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출이 줄어든다는 얘기는 가계와 기업이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기업이 공장을 지을 돈을 구하기 어려워진다면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용감소는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경기는 어려워진다.

다만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장단기 금리 역전이 꼭 경기침체 또는 경기둔화를 예언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 채권 금리가 낮아져 금리역전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단기 채권 금리가 급등해 나타난 현상이라서다. 미국의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입장을 밝히며 단기 채권금리가 먼저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장단기 금리 역전 여부를 판단할 때 미 국채 10년물-2년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10년물-3개월물을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통화정책을 3개월물 금리가 더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간 금리는 여전히 역전되지 않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역전을 판단할 때 좀 더 정확한 것은 10년물-2년물이 아니라 10년물-3개월물이다"라며 "단기금리가 나타내는 것은 통화정책이 얼마나 긴축적이냐는 건데 3개월물이 더 잘 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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