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말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1183만4710㎡(358만평)에 달하는 전기차 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브라이언 카운티는 4만명이 채 안되는 작은 지방자치단체지만 8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포드·SK온 합작법인은 켄터키주 글렌데일의 628만991㎡(190만평) 부지와 테네시주 스탠턴의 1553만7190㎡(470만평) 부지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인프레이션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함이지만 미국 지자체들의 세제 감면과 부지 제공 등 적극적인 유치 전략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소규모 지자체들이 매머드급 미래 산업을 유치한 사실이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들은 물, 도로 등 인프라와 특히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선택됐을 것이다.
미국의 전기요금은 지역별로 다르며 발전소 인근이나 공급이 남는 지역에서는 낮게 책정되므로 해당 지역들은 이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연방 정부의 제조업 중시 정책, 주정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유치 전략, 발전소 인근 지역에는 저렴한 전기요금 적용 등의 정책이 어우러져 지역 균형발전과 에너지 분산이 자연스럽게 구현되고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 수도권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건설하려는 국내·외 기업들이 모이고 있다. IDC 수요 증가는 4차 산업혁명이 제반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므로 반가운 일이다. 수도권은 IT 인력, 교통 등 인프라가 우수하며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가능성도 낮아 신규 IDC의 유력한 후보지로 고려되고 있다.
'전기먹는 하마'로 알려질 만큼 전력 소모가 많은 IDC는 전력품질이 좋고 전기요금이 낮으며 전국 단일요금제가 적용되므로 수도권을 선호한다. 현재 전국 IDC 용량의 70% 수준인 1.2GW가 수도권에 있다. 한전에 따르면 2029년까지 전국 IDC 용량은 32GW에 이를 것이며 이의 90%인 29GW가 수도권에 위치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이를 수용하기 위해선 수도권에 원자력발전소 29기 정도의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초고압 송전망을 건설해야 한다. 물론 수도권 내에 수 많은 변전소를 건설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수도권의 전력 집중화가 가중될 경우 우리나라의 전력공급 안정성은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고 전 국토가 발전, 송전, 변전 등의 신규 건설에 따른 민원에 휩싸일 것이다. 경제와 산업의 수도권 집중화도 심화될 것임이 자명하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전력 분산화를 통해 안정적 전력 수급과 국토 균형발전을 달성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전력 소비가 큰 IDC, 혁신 산업 등은 전력이 남는 고리, 울진과 같은 원자력발전 지역이나 신재생 과잉발전이 되는 제주, 호남 등으로의 이전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을 지정해 전력신산업 등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길게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의 도입 방안도 결정해야 한다. 기존의 전력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사업법의 개정으로는 이러한 혁신적인 내용을 담기에는 부족하므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