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이 다가왔지만 안심할 수 없다. 또 다른 감염병인 'Disease X(잠재적 전염성 질환)'가 예상보다 빨리 우리를 괴롭힐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적 이동이 잦아지면서 또 다른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어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도 신종 감염병 조기 인지, 진단 역량 강화, 백신 개발 기술 역량 확보 등을 위한 제도 마련에 들어갔다.
1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코로나19의 감염재생산지수(환자 1명이 주변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는 0.81로 6주 연속 1 미만을 기록했다. 1 미만은 감염병 유행 감소를 의미한다. 코로나19 유행세가 잦아들었다는 뜻이다.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 가능성도 있지만 위협적인 수준은 아닐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신규 확진자 숫자가 줄고 모집단이 작아지면서 변이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도 줄어들었다"며 "새로운 변이가 생기더라도 면역 형성 등으로 약화돼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데믹이 목전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넥스트 팬데믹'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펜데믹 발생 주기가 짧아졌고 언제든 다시 새로운 전염병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전염병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2002년 발생했고 그 다음 펜데믹인 신종인플루엔자는 7년 뒤인 2009년 발발했다. 이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과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각각 6년, 4년이다.
최 교수는 "자연에 무수히 많은 바이러스가 있는데 자연이 파괴되고 기후 변화가 생기면서 이 바이러스들이 사람에게 들어오고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한다"며 "무역, 여행 등으로 국제간 이동이 빈번해지고 세계화가 가속되면서 전 세계적 규모의 팬데믹 발발이 더 빈번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연합(UN·유엔) 같은 다자기구, 역량 있는 선진국 등이 모여 국제적 공조 구조를 만들고 또 다른 펜데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 감염병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메르스를 겪었을 때 백신, 치료제에 대한 플랫폼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중단돼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상대적으로 어려웠다"며 "기초 과학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백신과 치료제 개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의식한 정부도 Disease X 대응 체계 고도화에 나선다. 국제기구, 선진국 등과 협력해 감염병 대비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고 국제기구와 정례 회의로 감염병 관리 전문가들 간의 상시 소통 채널을 마련할 계획이다. 감염병 감시와 검역 인프라를 강화하고 신속한 진단검사를 위해 진단검사기관 인증제 도입과 비상생산체계 구축도 추진한다. 이밖에 감염병 전문병원의 조기 착공, 예방접종 관련 조직 확대, 코로나19 빅데이터 구축·개방, 신종 감염병 치료후보물질 발굴,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미생물 군집) 신기술 기반 치료제 연구 플랫폼 구축 등도 진행할 방침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대응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고 강도 높게 제도를 구축하고 조직역량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