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대응해 정부의 재난안전 정책과 조직에 이르기까지 국가 시스템이 전면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폭우와 폭염으로 사상자가 잇따르자 정부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극한호우로 인해 47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이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덮친 당시 희생자수(사망자 11명·실종자 1명)의 4배를 넘어선 수치다. 뿐만 아니라 질병관리청이 파악한 올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9명(5월20일~8월15일)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명의 4배를 넘어선다.
정부는 그간 기후변화에 대비해 지난해 12월 재난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올해 1월 국가안전시스템을 개편하는 등의 조치를 해왔지만 이번 기록적인 호우를 경험한 뒤 재난관리 체계와 대응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1일 '기후위기 대응 수해방지 범정부 특별팀'(TF)를 출범하고 격주 회의를 열어 과제 선정에 나서고 있다. 특히 TF 출범 이후 그간 재난안전 대응회의에선 모습을 보기 힘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해양수산부, 질병관리청도 참여의사를 밝혔다.
구체적인 과제 선정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방향성은 정해졌다는 것이 TF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선 14명이 숨진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사고로 드러난 관계기관의 소통 및 협력체계를 손볼 예정이다. 이번 참사에서 같은 지역에 있는 충북도청과 청주시청 간에도 손발이 맞지 않아 상황전파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지역 소방과 경찰까지 아우르는 현장 중심 대응체계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도 관련 기관간 신속한 상황전파와 조치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4일 TF 과제선정 회의에서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재난상황을 신속하게 인지해 관계기관에 전파하고 해당 기관에서는 즉각적으로 조치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첫 단추는 지자체와 소방, 경찰 등 대응기관의 상황관리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와 산사태 등에 대한 예·경보 체계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폭우시 산사태와 관련한 예·경보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한 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재난안전 주무부처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호우 등이 국민안전을 위협한다고 보고, 이달 안에 재난안전관리본부를 재탄생 수준으로 개편키로 했다.
현재 '안전정책실-재난관리실-재난협력실'로 구성된 체계를 실제 재난업무 프로세스인 예방-대비-대응-복구에 맞춰 '안전예방정책실-자연재난실-사회재난실-재난복구지원국' 체계로 개편된다. 그간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던 조직을 자연재난실과 사회재난실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재난관리실 산하에 있던 재난 복구지원국은 재난복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별도 국으로 독립시켰다.
기후위기 대응 수해방지 범정부 TF 관계자는 "하루 500~600mm의 호우가 잦은 만큼 기후위기에 따른 대응방향이 달라져야 한다는 데 모든 부처가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과제선정이 이뤄져 있지 않다"면서 "하천 정비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한 장기 과제와 부처별로 대응이 가능한 단기 과제를 구분하고, 당장 실현 가능한 사안부터 서둘러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