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부과 시점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당장 눈 앞에 닥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뿐 아니라 상호관세와 비관세 장벽, 대미국 무역흑자 해소 방안까지 해결할 과제가 산더미다. 각 이슈별 대응뿐 아니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응 논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산업 기반이 결국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나흘간 방미 일정을 소화한다. 이 기간 박 차관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미 의회 주요 인사, 미국 무역대표부(USTR) 고위 당국자들과 만남을 갖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협의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 미국이 우리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에 한국은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도 검토한다. 앞서 일본 정부는 미·일 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관세 조치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규제로 인해 2018년부터 철강 수출 쿼터제를 적용받고 있다. 관세를 내지 않는 대신 연간 268만톤 이상의 철강은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 알루미늄에는 10% 관세가 부과됐지만 지난해 수출액은 2018년 대비 3배가량 늘었다.
미국은 한국산 알루미늄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을 문제삼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비철금속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산 알루미늄에 대한 반덤핑 관세로 반사이익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공정 무역의 결과가 아닌 만큼 정부의 대응 논리로 활용 가능하다.
상호관세와 비관세 장벽에 대해선 우리나라의 관세와 세율이 타국 대비 낮은 수준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상호관세란 상대국이 자국에 대해 관세를 매기는 만큼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산 수입품에 평균 0.79%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환급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제로 관세에 가깝다.
상호관세 개념상 우리나라는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비관세 장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부과할 때 부가가치세나 환율 등 비관세 장벽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부가세에 대해선 조세주권 논리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부가세는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제품에 붙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관세와 성격이 다르고 각 국가 고유의 조세 정책에 의한 것으로서 다른 나라가 관여할 수 없다는 논리다. 우리나라의 부가세율은 10%로 유럽연합(EU)의 2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9.2%보다 낮다는 점도 강조할 수 있다.
환율도 미국 입장에선 민감한 사항이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다 해도 상대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관세 효과는 그만큼 상쇄된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당시 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2019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국 무역흑자는 556억달러로 3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미국직접투자 증가로 인한 영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출입협회에 따르면 2018년 112억달러였던 미국직접투자는 2023년 280억달러로 5년 만에 2.5배 늘었다. 바이든 정부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정책으로 한국 기업의 미국 공장 증설이 늘어면서 관련 중간재 등이 대거 미국에 수출됐고 이로 인해 무역흑자가 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개선을 강조하는 미국은 우리나라에 무역흑자 축소를 압박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된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려 무역흑자를 줄였다.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액은 2017년 15억달러에서 2019년 112억달러로 7.5배 증가했다. 이 기간 대미 무역흑자는 64억달러 감소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관세 조치가 미국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훈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통상정책은 단기적인 무역적자 축소에만 과도한 비중이 쏠려있다는 우려가 많다"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제조·산업 기반과 자체 국방 역량이 미국의 세계 전략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