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PEC 표준소위 의장국 돼보니

김대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
2025.08.13 04:09
김대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 강화로 전통적 무역장벽인 '관세'가 다시 주요 통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관세의 재부상이 연일 주목받고 있지만 동시에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비관세 장벽이다. 그중에서도 상이한 기술기준과 인증 제도로 인한 '무역기술장벽(TBT)'은 고도화되는 기술 발전과 함께 점점 더 복잡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국제 무역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표준과 적합성 분야의 조화와 협력은 기술 기반의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는 핵심 대응 방식 중 하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산하 표준적합성소위원회(SCSC)는 이를 대표하는 기구로, 표준과 인증제도 차이로 발생하는 무역·투자 애로를 완화하고자 21개 APEC 회원국이 참여중인 주요 회의체이다. 2025년 대한민국은 20년 만에 SCSC 의장국을 맡아 국제협력의 중심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SCSC 의장국 대표기관으로서 아·태지역 공동 관심사에 대한 미래 협력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분야의 표준 및 적합성 협력 △표준·적합성 평가 분야 차세대 전문가 양성 △표준·인증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 촉진 △지속 가능한 에너지 협력 등 4대 중점과제를 수립했다. 이는 2월 경주와 8월 인천에서 개최된 제 1·2차 SCSC 총회 및 연계 워크숍·컨퍼런스를 통해 실질적인 협력과 논의의 장으로 이어졌다.

우선 AI 분야에서 신뢰성과 상호운용성 확보의 중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AI는 일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지만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에 'APEC AI 표준 컨퍼런스'는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시험평가 체계, 미래 협력 방향, 역량 강화 교육 등을 심도 있게 다뤄 역내 신뢰 기반의 AI 기술 확산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제18차 APEC 모범규제관행(GRP) 컨퍼런스'도 주요 성과 중 하나다. GRP는 규제의 설계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SCSC의 대표 협력 분야다. 올해 한국은 신흥 디지털 기술을 GRP 주제로 선정해 'APEC 공동 샌드박스' 등 기술의 발전과 규제 정책 간 균형에 대한 아이디어와 통찰을 공유했다.

또한 '고등교육에서의 표준·적합성 워크숍'에서는 회원국 간 교육 사례와 공통 커리큘럼 등을 논의해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한 협력을 본격화했으며 '수소·연료전지 표준·인증 협력 워크숍'은 청정수소 정의, 탄소배출량 기반 인증제도, 국제표준화 전략 등 수소경제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국제표준화기구와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처럼 SCSC는 표준과 적합성을 기반으로 아태지역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실질적인 협력 플랫폼이자 정책 프레임워크로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그 중심에는 의장국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있었다.

표준과 적합성은 기술의 언어이자 글로벌 신뢰의 초석이다. 세계가 함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준으로 통용될 때 기술은 비로소 시장으로 이어진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앞으로도 표준과 적합성 협력을 선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우리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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