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전날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하루 만에 다시 1430원대를 돌파했다. 앞으로 외환시장은 한미간 통상협의 진행 상황과 미중 무역갈등 전개 양상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5.2원 오른 1431원을 기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26.5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 폭을 키우면서 재차 1430원대로 올라섰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 지난 4월29일(1437.3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가다.
전날 외환당국은 불안한 외환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1년6개월 만에 구두개입까지 실시했다. 구두개입 직전 1434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당국이 개입하자 1427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1420원대에서 등락하다 1425.8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효과를 거두는 듯했지만 환율 수준은 하루 만에 다시 원상복귀됐다. 최근 외환시장은 연일 불안한 모습이다. 미국과의 통상 협의 불확실성과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가 약세 압력을 받고 있어서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선을 돌파한 이후로는 상방 변동성이 더 확대된 상태다.
달러화는 강세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 불확실성에 기업들의 달러 확보 수요가 확대됐고, 일본과 프랑스의 정치 불안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99를 웃돌고 있다.
원화를 둘러싼 불안한 심리는 디지털자산 시장까지 번졌다. 이날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는 국내 거래소에서 1500원대에 거래됐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테더의 거래가는 1507원이다.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보다 76원 가량 높다. 오전엔 1490원대로 시세가 내려왔지만 원/달러 환율이 오르자 테더 가격도 뒤따라 올랐다.
일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에 연동돼 가치 변동성이 작은 편이다. 하지만 위험자산 회피 심리 확산으로 프리미엄이 붙어 1달러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인 시장 투자자들의 매수 쏠림이 나타난 탓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1420~1430원대 높은 수준에서 원/달러 환율이 등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중 무역분쟁 흐름이 원화 약세에 추가 압력으로 작용할 경우 올해초 고점이었던 1480원까지도 오를 여지도 있다고 본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대미투자펀드 우려로 가파르게 상승했다"며 "아직 대미투자 관련 세부안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현재 레벨에서 협상 추이에 따라 한동안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레벨에서 추가 상승할 경우 148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미중 관세 협상이 완료되기 전까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