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치솟는데…12년째 "금 안 사" 한은이 꿈쩍 않는 이유

김주현 기자
2025.10.21 15:34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구성/그래픽=김지영

"방송인 김구라씨가 5년 전 1억원어치 금을 사서 지금 3억4000만원이 됐다는 뉴스가 있었다. 한국은행이 금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외환보유액도 훨씬 높아졌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지난 20일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이창용 한은 총재에게 건넨 질의다. 왜 한은은 외환보유액으로 금을 추가 매입하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금 가격은 온스당 42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50% 넘게 급등했다. 중국과 튀르키예, 인도, 폴란드 등 각국 중앙은행들은 실질금리 하락에 대비해 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하지만 한은의 금 보유 비중은 10년 넘게 제자리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2013년 2월을 마지막으로 금을 추가 매입하지 않았다. 12년째 보유량은 104.4톤(t)으로 변함없다. 세계 38위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투자수익 창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한은은 금 추가 매입에 소극적이다. 금은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외환보유액 운용 대상으로 유용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한은이 금을 추가 매입하지 않는 배경은 △높은 가격 변동성 △낮은 유동성 △평판리스크 관리 등으로 요약된다.

금은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역사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크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 기간동안 수익률은 대체로 주식에 미치지 못했고 주식보다 위험조정수익률이 낮았다.

이 총재도 "한은이 가진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2013년 이후 10년 정도 금을 사지 않고 있었던 것이 합리화가 된다"며 "10년 정도는 금보다 주식 가격이 훨씬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3년 정도 금값이 빨리 올라가면서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수긍하는 면도 있지만, 최근 3년 변화를 보고 자산을 변동시키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선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이후 외환보유액 금 추이/그래픽=김지영

한은은 또 금이 미국채 수익률과 상관관계가 높아 분산투자 효과도 크지 않다고 본다. 배당이 없고 보관 비용이 발생하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한은은 영국 영란은행에 금을 보관하고 있다.

유동성도 낮은 편이다. 한은의 외환보유액 운용 목적이 '위기시 대외지급준비'라는 점에서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금은 투자대상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 2023년 기준 금의 일평균 거래규모는 미국 국채의 21.4%, 미국 주식의 31.6% 수준에 그친다.

마지막으로 평판리스크 문제도 있다. 한은이 금을 추가 매입하더라도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목적으로 금을 매도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금을 매도하면 외부에서는 운용 과정에 문제가 생겼거나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금을 판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이유다.

이번 국감에서도 이 총재는 금 매입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최근 2~3년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추세였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운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단기적으로는 금 추가 매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IMF(국제통화기금) 연차총회에서도 달러 위상과 관련해 '최근 금값 상승이 지속될 것인지'가 큰 토픽으로 논의됐다"며 "구조적으로 다시 한 번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어떤 제도적 개선이 있을지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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