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와 태양광의 핵심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및 파생상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을 전격 발효한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을 보호하고 자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지만 한국 반도체·소재 산업에 미칠 직접적인 타격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폴리실리콘 파생상품의 수입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훼손하지 않도록 수입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포고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12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2월 4일 미 동부시간 0시 1분부터 시행된다.
포고령의 핵심은 관세 부과와 함께 '최저수입가격(MIP·Minimum Import Price)'을 설정한 점이다. 원료용 폴리실리콘은 ㎏당 21달러, 잉곳과 웨이퍼 등 파생 중간재는 ㎏당 100달러의 최저수입가격이 적용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당 4~5달러 선까지 가격을 떨어뜨리며 덤핑 공세를 펼쳐온 중국산 저가 제품의 미국 진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대미 직접 수출 물량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반도체용 초고순도(11-Nine 이상) 폴리실리콘은 OCI 군산공장에서 연간 4000~5000톤가량 생산되는 것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마저도 SK실트론 등 국내 잉곳·웨이퍼 제조사에 전량 공급돼 국내에서 소진되는 구조다. 한국무역협회 등 통상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폴리실리콘, 원소재 직접 수출액은 전체 대미 수출액의 0.01% 내외로,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오히려 이번 규제로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웨이퍼 ㎏당 100달러라는 최저수입가격은 모든 수입품에 적용되는 절대 하한선이다. 중국산 초저가 웨이퍼가 덤핑 특혜를 잃고 가격 상승 압박을 받는 동안 한국산 제품은 '합산 관세 상한(15%)' 적용과 초고순도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 내 상대적 가격 격차와 입지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금번 포고령상 조치대상인 폴리실리콘의 대미 수출 규모는 약 220만달러이며 폴리실리콘 파생상품의 대미 수출 규모는 약 4300만달러로 추산된다"며 "그간 우리 정부는 폴리실리콘 232조 조사 관련 입장서를 지난해 8월에 제출하는 등 관련 절차에 적극 대응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와 관련해서도 관계부처 및 업계와 조속히 점검회의를 개최하여 대미수출 및 진출 기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나가는 한편 미측과도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