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추가로 내놨지만 시장의 '집값 상승 기대심리'는 오히려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규제를 강화해 단기 거래를 막겠다는 의도와 달리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불안 심리가 되레 자극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본다는 주택가격전망CSI(소비자동향지수)는 122로 2021년 10월(125) 이후 4년 만의 최고치다. 전월보다 10포인트(p) 급등했고 상승폭은 2022년 4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였다.
이는 정부의 10·15 대책 발표 직후에도 기대심리가 꺾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재명 정부 들어 6·27 대책, 9·7 대책, 10·15 대책 등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내놨지만 집값 기대심리는 3개월 연속 상승세다.
높아진 기대심리의 근저에는 정책 피로감과 신뢰 부재가 자리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2019년 하반기 이후 대책 주기가 짧아지면서 단기 안정 효과가 희미해졌다.
규제 강화와 함께 건설·분양 일정이 지연되며 공급이 줄 것이란 전망이 퍼진 점도 영향을 줬다.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가 자극되면서 "공급 부족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매수세가 살아난 것이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시장 같은 경우 규제 정책이 나온다고 하면 주택 시장이 호황일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추가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는 주택 시장을 잡기 위해 빠르게 강한 대책을 내놨지만 단계적으로 추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 정책은 공급보단 수요를 줄이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공급이 뒷받침 될 때 수요 규제가 작동한다"며 "공급이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는 명확한 신호가 있으면 기대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가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정부는 세제 정책을 제외한 수요 억제책은 이미 내놓은 상태다.
정부는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생애최초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9·7 대책에서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0·15 대책에선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시·군을 조정대상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고가주택 대출 한도를 2억~4억 원으로 축소했다.
세 차례 모두 거래세·보유세 등 세제 정책은 포함되지 않은 만큼 다음 대책은 세제 정책이 포함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전날 10·15 대책과 관련 "고육지책이었다"며 "일부 불편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송구하지만 현시점에서 불가피한 정책"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보유세 인상,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폐지 등 검토 여부에 대해선 "(이번 대책으로 집값이) 안정화된다면 추가 대책을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며 "현재까지는 며칠 안 됐지만 그래도 안정화 추세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10·15 대책 효과가 기대심리에 반영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은 이번 조사(10월 14~21일)가 대책 직후였지만 응답의 75%가 발표 이전에 수집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10·15 대책이 아직 시장에 반영됐다고 보기 이른 상태"라며 "최소한 3주 이상 지나야 주택가격 영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