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공계 인력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연봉 등 금전적 요인이다. 연구 생태계나 경력기회 부족 등 비금전적 요인도 적잖았다.
한국은행은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으려면 성과 기반 보상과 승진, 인적자본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등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은이 3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이공계 인력의 해외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은 2010년 9000명에서 2021년 1만8000명으로 늘었다.
국내 인력의 해외 순유출은 2015년 이후 바이오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확대됐다. 특히 국내 주요 5개 대학 출신 인력이 전체 순유출의 47.5%를 차지했다.
한은은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우리 과학기술 역량과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국내외 이공계 인력 27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해외유출 실태와 결정요인을 실증 분석했다.
응답자 중 국내 체류 인력의 42.9%는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이 중 20~30대 비중이 70%에 달했다.
이직 이유로 '연봉 등 금전적 요인(66.7%)'이 가장 많았다. 국내 인력 절반 이상이 현 연봉 수준에 불만족했지만 해외 인력은 불만족 비율이 20% 미만이었다. 보상 구조와 경력 기회 격차가 해외 선호를 키운 셈이다.
다만 이직 이유는 돈만이 아니었다. △연구생태계·네트워크(61.1%) △경력기회 보장(48.8%) 등 비금전적 요인도 높게 나타났다.
직장 만족도 조사에서도 '연구 환경'과 '근무 여건'의 국내외 격차가 컸다. 응답자들은 과학기술 발전의 시급 과제로 '연구환경 개선(39.4%)'을 꼽았고 '과감한 금전 보상(28.8%)'보다 비중이 높았다.
소득 만족도가 '보통'에서 '만족'으로 개선될 경우 해외 이직 확률은 4.0%포인트(p) 감소했다. '고용안정성'과 '승진기회'에 대한 만족도 개선 시에도 각각 -5.4%p, -3.6%p씩 낮아졌다.
연구진은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정책 핵심 방향으로 △금전적 보상체계 혁신 △R&D 투자 실효성 강화 △기술창업 기반 확충·전략기술 개방을 통한 혁신 생태계 확장 등을 제시했다.
특히 성과 중심의 유연한 임금·보상체계 전환을 강조했다. 정부가 기업의 인적자본 투자에 대해 세제 인센티브와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공 중심 보상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라 승진·연봉을 제공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준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과장은 "평균적으로 해외 연구자들의 연봉은 국내 연구자들의 2배 수준"이라며 "보상체계 전환은 이공계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의 인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추진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인적투자 세액공제의 실효성 강화나 핵심 인력에 대한 소득세 감면제도 확대 등 과감한 정책적 조치가 인재 확보와 육성에 실질적인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R&D 투자 확대도 필수 과제로 제시됐다. 연구 인력이 국내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경력 트랙 △해외 연구기관과의 교류 강화 △첨단 인프라 접근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혁신 생태계 확장도 강조됐다. 정부가 실패한 창업자의 재도전 기회를 늘리고, M&A(인수·합병)나 IPO(기업공개) 등 회수 메커니즘을 강화해 투자 수익 실현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과장은 "해외 경험 인력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조직 운영 구조를 마련해 경험과 역량을 갖춘 석학들이 국내 생태계로 환류되는 '인재 순환형'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며 "정부가 첨단산업에서 초기 수요자로 나서 기술 검증과 시장 형성을 촉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