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쟁 뉴스에 무뎌진다는 것

[기자수첩]전쟁 뉴스에 무뎌진다는 것

김종훈 기자
2026.03.30 05:00

가자 지구·우크라이나전쟁도 장기화… 인권해결 등 꾸준한 관심 필요

[르비우=AP/뉴시스]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르비우의 한 건물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아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03.25. /사진=민경찬
[르비우=AP/뉴시스]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르비우의 한 건물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아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03.25. /사진=민경찬

지난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이곳에 5년만에 가장 강력한 모래폭풍이 몰아쳤다. 뿌옇다 못해 주황빛으로 변한 모래바람은 찢어진 천 한 장으로 덮인 피난민 텐트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피난민은 이거라도 지켜보겠다며 온몸으로 텐트 지지대를 붙잡았다. 이 피난민은 프랑스24 인터뷰에서 "모든 물건이 모래로 뒤덮였다. 매트리스도 모래 투성이"라며 "이 텐트마저 없으면 우린 있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점령지 코앞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도시 헤르손에서는 살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드니프로 강 건너편에서 러시아 군이 띄운 드론이 주민, 차량 위로 폭탄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글자그대로 제자리에 멈추면 표적이 된다.

헤르손은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직후 함락됐다가 9개월 만에 해방됐다. 러시아 군이 남긴 지뢰를 터뜨려 제거하는 작업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헤르손 주민은 일본 아사히신문 특파원 인터뷰에서 "지뢰 터지는 소리조차 행복하게 느껴진다"며 눈물을 흘렸다.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은 포성을 피해 지하 놀이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나마 이 어린이들은 불행이 덜하다고 할 수 있다. 세이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납치돼 아직 돌아오지 못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1만9000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는 어린이들을 전쟁터에서 구출한 것뿐이라고 반박한다.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지만 주민들은 전쟁터를 떠나지 못한다. 잿더미로 변했어도 가족이 있고 삶이 있는 터전이다. 이집트로 향하는 검문소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적지 않은 수의 피난민들이 가족을 찾아 가자 지구로 되돌아온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헤르손의 한 남성도 이웃과 가족을 위해 도시에 남았다고 했다. 이란, 이스라엘과 중동 주민들의 처지도 다르지 않을 터다.

오늘도 세계의 눈은 매시간 달라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국제유가, 경제지표를 쫓기 바쁘다. 그럴 때 전쟁터에 묶인 주민들의 고통은 가려지기 쉽다. 그들의 눈물은 숫자로 셀 수 없다. 세계 곳곳에서 터지는 화염과, 그 전쟁에서 벌어지는 참혹함에 무뎌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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