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동결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한국은행의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사실상 어려워진 분위기다. 부동산·환율 등 금융안정 이슈가 여전히 부담이고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을 상향할 것으로 보여 금리 인하 명분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17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금리인하 사이클에 돌입했다. 이후 올해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총 100bp(1bp=0.01%포인트) 금리를 내렸다. 최근 열린 세 차례의 금통위(7월·8월·10월)에선 모두 금리를 동결했다.
11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경우 다음 금통위인 내년 1월까지 약 8개월간 금리동결이 이어지는 셈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다.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저성장에도 금리를 내리지 못했던 주된 이유는 부동산 시장 재과열 우려였다.
현시점에선 지난달 금통위 때보다도 높아진 원/달러 환율이 부담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1458원을 기록했다. 한미 후속 관세 협상이 타결되기 전보다도 오히려 높다.
최근 원화 약세는 △거주자 해외증권투자 확대 △대미투자 불확실성 △미·중 무역갈등 우려 △일본 신내각 출범에 따른 엔화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수급 요인을 감안할 때 단기간 환율이 눈에 띄게 하락하긴 어렵다고 본다.
미국의 금리 경로도 변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시장이 보는 연준의 12월 금리동결 확률은 56.1%다. 금리 인하 가능성(43.9%)을 뒤집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인하 가능성이 62.4%로 더 높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동결 전망이 다시 우세해졌다. 연준이 동결을 택하면 달러 강세가 재차 나타날 수 있고, 이는 추가적인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진다.
한은의 낙관적인 경기 판단도 금리동결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한은은 오는 27일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잡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한은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은 1.6%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1.8~1.9% 수준으로 성장률 전망을 올릴 것으로 본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한은의 낙관적인 경기 전망이 묻어났다. 한은은 민간소비 회복세가 양호하고 건설투자 부진도 3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내년 성장률을 1.8%로 제시했고, 해외 주요 IB(투자은행)들은 1.9%로 높였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줄었다고 평가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성장이 회복되는 가운데 한은은 부동산 등 금융안정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며 "물가와 환율, 부동산 가격을 고려하면 한은이 추가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필요성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한은이 11월에도 금리동결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다시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