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관세정책과 자국 내 공급과잉 해소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국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중국이 신흥국 시장에서 수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제조업 중심 국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최근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가속화 현상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관세정책으로 지난 4월 이후 중국의 대(對)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반면 △EU(유럽연합) △아세안 △아프리카 등 미국 외 지역의 수출은 12% 증가했다.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대미 수출 급감을 미국 외 지역 수출 확대로 완화한 영향이다. 이에 중국의 수출집중도 지수(HHI)도 큰 폭 하락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준호 한은 조사국 중국경제팀 과장은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는 2018년 1차 미중 무역갈등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며 "올해 들어 미국의 관세 정책 시행으로 가속화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는 △미국 관세충격 대응 △자국 내 공급과잉 해소 △신흥국 영향력 확대 등의 차원에서 빠르게 진행됐다.
이 과장은 "미국 관세 부과 이후 중국의 아세안 수출이 급증했다"며 "중국과 아세안의 높은 공급망 연계를 활용해 중국이 대미 수출 급감분을 '중국→아세안→미국'의 경로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은 철강 등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신산업 부문에서도 과잉공급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수요 부진과 규제 강화로 공급과잉 품목들의 저가 수출이 전세계로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 대응해 신흥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들어 중국의 아프리카와 중남미(멕시코 제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9%, 11.5% 증가했다. 총수출 증가율(6.1%)을 큰 폭 웃도는 수치다.
중국의 아프리카 수출 급증 이유로는 △라이베리아로의 선박인도 급증 △북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승용차 수출 확대 △아프리카의 전략적 활용 증대 등이 지목된다.
중남미의 경우 멕시코와 브라질을 제외한 다른 중남미 국가(아르헨티나·칠레·콜롬비아 등)에 대한 수출이 큰 폭 증가했다. 연구진은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시장 선점 효과라고 판단했다.
이 과장은 "미국 관세정책이 완화되더라도 미중 경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도 중국은 수출국 다변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대미 수출 감소를 완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외 국가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높은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경쟁력까지 접목될 경우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지배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과 독일, 일본 등 다른 제조업 중심 국가들의 어려움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