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국부펀드' 설립…지주사 규제 풀어 반도체 투자 촉진

세종=박광범, 김성은, 김주현, 정경훈 기자
2025.12.11 17:12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희망찬 농업·농촌,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나라'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산림청)-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KIC(한국투자공사)와 달리 M&A(인수합병) 및 부동산, 바이오 등 분야에 과감하게 운영될 전망이다. 외환보유액 일부를 운용하는 KIC의 한계를 넘어 테마섹(싱가포르), 퓨처펀드(호주)식 국부 축적 모델을 도입해 미래 세대에 지속 가능한 부(富)를 이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형 국부펀드 내년 상반기 설립…"물납주식 등 활용"

11일 기획재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에 제출한 업무보고에는 '전략적 국부 창출' 부분이 담겼다.

핵심은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이다. 현재 국내에서 법적으로 설립된 국부펀드는 KIC가 유일하다. KIC는 기재부로부터 880억달러, 한국은행으로부터 3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운용한 결과, 현재 2300억달러까지 운용자산을 늘렸다.

다만 KIC는 정부와 한은이 위탁한 외환보유액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다 보니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하는데 제한이 따른다.

정부는 외환보유액 운용이란 태생적 한계를 지닌 KIC와 달리 테마섹, 퓨처펀드처럼 보다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짠다는 계획이다. 국가전략분야에 대한 장기 투자를 지원하는 효과도 노린다.

재원은 물납주식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 물납받은 주식을 단순하게 매각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만약 국부펀드에 재원으로 들어오면 경영권을 붙여 매각할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운용이) 가능하지 않겠나 상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300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유재산 가치도 높인다. 300억원 이상 국유재산 매각시 국회 상임위에 사전보고토록 하고 부처별 매각전문심사 기구도 신설한다. 할인매각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국유재산이 헐값에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반대로 공공서비스 제공에 반드시 필요한 자산은 선제적으로 매입하고, 노후 청사·폐파출소 등 수도권 노후·유휴 국유지를 공공주택으로 개발한다. 2030년까지 공공주택 2만5000호 착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 미래 세대 빚이 될 수 있는 국채 관리도 효율화한다. 장·단기물 비중을 조정하고 잔존만기 관리를 강화한다. 예컨대 국채 장기물과 단기물의 금리 차이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낮은 채권 발행을 늘리는 식이다. 국채 이자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만기 분산을 위한 '전략적 바이백(조기상환)'도 적극 활용해 상환·차환 리스크를 완화한다.

반도체 지주회사 규제 특례 도입…"지역 투자 연계해야"

재계 요구가 이어졌던 금산분리 규제도 일부 풀린다.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한정해 지주회사 체제의 증손회사 지분 보유 요건을 현행 100%에서 50%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반도체 업종 특례 규정을 따로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민간·정책자금(첨단전략산업기금 등) 출자를 통한 설비구축 재원 조달과 장기임대(금융리스업 필요최소한 허용)로 기업들의 초기 투자 부담도 덜어줄 계획이다.

SK하이닉스(SK의 손자회사)가 대표적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특례가 적용되면 SK하이닉스는 금융리스업을 담당하는 자회사(증손회사)를 설립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총리는 "첨단전략산업 같은 경우 지원을 해주는데 기본적으로는 지역, 지방 투자가 연계가 돼야 된다"고 말했다.

한국판 IRA 도입…재정 사업 원전 재검토 '초강력 지출구조조정'

이른바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국내생산 촉진세제도 도입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기도 한 국내생산 촉진세제는 기존 투자세액 공제와 별도로 국가전략기술 산업에 대해선 생산량에 비례해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국내에서 최종 생산한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경우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또 반도체·이차전지·미래형 선박 등 첨단산업 분야는 국가전략 기술·신성장 원천기술을 추가 지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재정 분야에서는 의무·경직성 지출과 부처별 유사 중복사업 등 모든 사업을 원점 재검토 해 구조조정에 나선다. 매년 5월 말 열리던 재정전략회의는 4월 초로 앞당겨 개최한다. 이듬해 예산안의 핵심 아젠다와 재원배분방향 등을 심도있게 논의할 시간 확보를 위해서다.

각 부처 물가안정책임관 둔다…유류세 인하 조치 내년 2월까지 연장 검토

최근 고물가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선 각 부처 차관급이 이른바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임명돼 소관 품목 물가 관리를 주도한다.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수급관리·할인지원·할당관세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고 담합 방지·유통구조 개선·생산성 강화 등 근본적인 물가안정 대책도 병행할 방침이다.

석유류값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및 경유·압축천연가스(CNG) 유가연동보조금 지급을 내년 2월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들 조치는 당초 올해 연말 종료 예정이었다.

청년고용 대책으로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들에 대해 취업의사 또는 직장 경험 유무 등에 따라 맞춤형 지원방안을 내년 1분기 중 마련한다. 취업 의사가 있는 청년들에겐 경력직 선호 흐름에 대응해 직업훈련, 교육, 일경험 등을 제공하고 취업의사가 없는 장기 미취업 위험군에는 심리상담이나 사회활동 참여 등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미래적금 등 자산형성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 기반 확대를 위해 지역사랑상품권의 국비보조율을 상향(수도권 2→3%, 비수도권 2→5%, 인구감소지역 5→7%)한다. 이와 함께 연매출 1억400만원 미만의 영세 소상공인에게 25만원의 경영안정바우처를 지급할 계획이다.

'5극(초광역) 3특(특별자치도)' 지역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책도 추진된다. 초광역권별 전략산업에 대해 규제·혁신·금융·인재·재정 등 '성장 5종 세트'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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