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설탕 판매가격 담합 제재는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통한 물가 인상과의 전쟁'에 나선 공정위 제재의 신호탄 격이다. 공정위는 설탕에 이어 밀가루, 달걀, 돼지고기 등 담합 의혹도 신속히 처리한단 입장이다. 특히 생활밀접 품목의 가격 인상 과정에서 담합, 편법 등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위법이 확인되면 '가격 재결정명령' 등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12일 공정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의 설탕 판매가격 담합 과징금(총 4083억원, 잠정)은 관련매출액(3조2884억원)에 부과기준율 15%를 적용한 뒤 가중·감경 사유를 반영해 산정됐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과거에는 상당히 많은 (담합 사건의 부과기준율이) 10% 미만이었다"며 "현재 저희가 부과한 과징금이 4년여간 기업들이 얻었던 부당이득을 충분히 넘어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담합 사건 관련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의 과징금을 처분한 배경에는 설탕 시장의 특수성이 존재한다.
설탕 시장은 수십 년째 사실상 과점 체계가 유지 중이다. 1954년 제일제당 설립 이후 부산제당 등 몇 개의 군소업체가 진입한 적이 있지만 곧 퇴출됐고 주로 현재의 제당 3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 정부는 1994년 설탕 수입 자유화 당시 조정관세 60%(현재 기본관세율 30%)를 적용하는 등 안정적 수요를 위해 무역장벽을 세웠다. 제당 3사가 약 89%(2024년 내수 판매량 기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런데도 제당 3사는 코로나19(COVID-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시점에 국민 고통을 가중시키는 담합을 벌임 점을 공정위는 꼬집었다.
또 이들의 담합이 반복적으로 일어난 것도 문제가 됐다. 실제 제당 3사는 2007년에도 같은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설탕 담합 사건을 마무리한 공정위는 식탁 물가를 들썩이게 하는 추가 담합 사건 제재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밀가루와 전분당(올리고당·물엿 등), 달걀, 돼지고기 등이 대상이다.
최근 달걀 가격 담합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대한산란계협회에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격)를 보냈고 밀가루와 전분당에 대해서도 담합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이재명 대통령의 물가 집중 관리 지시에 따라 가격 인상률, 시장 집중도, 국민 생활 밀접도 등을 기준으로 불공정거래 우려 품목을 선정해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이미 높은 가격이 형성된 민생 밀접 품목 △국제가격 대비 국내 가격 수준이 높은 품목 △원재료 가격 변동 대비 제품 가격 조정이 불균형한 품목 등이 우선 검토 대상이다.
법 위반 혐의가 확인되면 공정위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합동 조사에 나선다. 조사 결과, 담합이나 독점력 남용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견된 품목에 대해선 가격 재결정명령까지도 고려한다. 가격 재결정명령은 위법 행위로 형성된 가격을 합리적 기준에 따라 재산정하도록 하는 시정조치다.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사실상 활용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담합 행위로 가격이 인상된 경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주 위원장은 "민생을 침해하는 담합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대응해 나가겠다"며 "부당이득보다 더 큰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 담합 사건 과징금의 법정 상한을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높이는 관련 법 개정과 함께 시행세칙과 고시 개정을 통해 법 위반을 억제하는 수준의 경제적 제재가 부과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