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9년만에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석유화학, 철강 등 취약 산업에 대한 고려는 제외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 간 급등한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주요 제조업에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안은 산업경쟁력보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안정성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정부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요금 개편 방안으로 올해 1분기 중 계절·시간대별 요금제(계시별 요금제) 개편을 추진하고 지역별 전기요금 도입방안도 연내 제시할 계획이다.
계시별 요금제란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으로 1977년 처음 도입됐다. 현재 계시별 요금제는 전력 사용량에 따라 △최대부하(낮·오후) △중간부하(아침·저녁) △경부하(밤) 시간대로 나눠 전략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일수록 요금을 높게 부과한다. 주택용을 제외한 산업용, 교육용, 일반용에 대해 적용 중이다.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한 이유는 가격기능에 의한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급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공장 가동률이 높은 낮 시간대 전기 사용이 몰리면 계통안정성이 저하되기 때문에 낮 시간대 요금을 높이고 저녁·밤 시간대 요금을 낮춰 수요를 분산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크게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에는 전기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고 전기 과잉생산으로 인해 기저 전원에 해당하는 원전 등을 감발하는 조치가 빈번해졌다.
이에 정부는 계시별 요금제 개편을 통해 최대부하 시간대 요금을 낮추고 중간부하와 경부하 시간대 요금은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존 계시별 요금제 방향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많은 낮 시간대 전기요금을 낮춤으로써 버려지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높이고 전력 감발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지역별 전기요금제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조치다. 지역별 요금제는 송전망 비용을 요금에 반영해 지방일수록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제도다. 주로 땅값이 저렴한 지방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이 많다는 점에서 지역별 요금제는 기업의 지방 유치와 재생에너지 사용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활용된다.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안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는 상당하다. 전기요금 개편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산업경쟁력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기후부의 계시별 요금제 개편안에도 산업별 차등 적용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체계는 원가나 부하 여부 등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산업별 적용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업황 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 등은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계시별 요금제의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이 급등한 만큼 계시별 요금제보다 요금 자체를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