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바꾼 대통령" 트럼프 승부수…유가·경제 흔들리면 자충수

"역사 바꾼 대통령" 트럼프 승부수…유가·경제 흔들리면 자충수

윤세미 기자
2026.03.02 17:41

[미·이스라엘, 이란 공격] 전환점 필요 & 이스라엘, "이란 약하다" 집요한 설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며 중동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이란이 대내외적으로 세력이 약해진 틈을 타 친미 정권 수립을 목표로 주사위를 던진 셈이다. 이는 단순한 군사 행동을 넘어 중남미에 이어 중동에서 미국의 패권을 재정립하고 국내에서 부진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그러나 자칫 분쟁이 장기화하거나 경제적 타격이 가시화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이란 약해졌다"…종이호랑이 무너뜨릴 절호의 기회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완곡하게 표현해도 이란은 상당히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눈에 이란이 약해진 상황을 기회로 봤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란은 서방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면서 하메네이 체제의 균열을 드러냈다.

더구나 이란은 지난해 미국의 '미드나잇 해머' 작전 때나 이스라엘과의 충돌 상황에서 이렇다 할 반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란이 발사한 수백발의 로켓은 대부분 격추됐다. 또 이란은 중동의 맹주를 자임했지만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반군 같은 대리 세력들은 잇따라 이스라엘과 충돌하며 세력이 소진됐고 이란의 리더십도 타격을 입었다. 이란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단 평가가 잇따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몇 달 동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부터 공화당 의원들까지 측근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정부가 역사상 가장 취약한 상태임을 강조하며 "한 세대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절호의 기회"를 잡으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으로 한껏 자신감이 올랐던 터다.

미국의 국내정치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부진하다. 경제와 이민 문제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이슈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4일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72%는 미국 경제 상황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52%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경제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에서 바랄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현재의 신정체제를 친미 성향의 민주 정권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동에서 미국의 외교적·경제적 패권을 확대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경쟁국을 상대로 추가적인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란 구상 현실화 미지수…중간선거 역풍 가능성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가 현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군사력이 일부 약화된 건 맞지만 핵심 권력 구조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이 기존의 이란 핵합의(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내적으로도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미군 인명 피해가 커질 경우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 로이터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란 공습을 지지하는 미국인은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너무 쉽게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은 해외 전쟁 개입을 반대하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은 한층 커질 위험이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역풍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공급 차질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물가를 끌어올릴 경우 이란 군사작전의 동력이 상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전으로 가서 이란 전체를 장악할 수도 있고 2∼3일 후 공격을 그만둘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집권 1기 이란·베네수엘라 특사로 활동했던 엘리엇 애브럼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한 역사적 인물로 기억되고 싶어 한다"면서 "1979년 이래 우리가 알고 있던 이슬람공화국이 어떤 식으로든 제거된다면 중동의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분쟁이 산유국이 밀집한 걸프 지역 전반으로 확산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주변 해상 교통이 마비될 경우 아시아 경제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병목 지점이다. 이 해협을 지나는 원유의 대부분은 아시아로 향하며, 최대 수혜국이자 동시에 최대 취약국은 중국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권에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여부다. 봉쇄가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해상 보험료 상승, 선박 우회 운항, 운임 급등 등 2차 비용 충격은 불가피하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분쟁이 산유국이 밀집한 걸프 지역 전반으로 확산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주변 해상 교통이 마비될 경우 아시아 경제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병목 지점이다. 이 해협을 지나는 원유의 대부분은 아시아로 향하며, 최대 수혜국이자 동시에 최대 취약국은 중국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권에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여부다. 봉쇄가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해상 보험료 상승, 선박 우회 운항, 운임 급등 등 2차 비용 충격은 불가피하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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