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수출 실적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8000억달러 수출액 돌파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반도체 등 핵심산업의 호황이 전체 수출 실적을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수출액은 1332억달러로 전년 대비 31.3% 증가했다. 설 연휴 효과를 모두 포함한 1~2월 누적 실적에서 전년 대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나타난 것이다. 설 연휴는 지난해에 1월, 올해는 2월에 있었다.
설 연휴가 있었던 2월 한 달만 봐도 수출액은 크게 늘었다. 올해 2월은 설 연휴로 인해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3일 적었지만 수출액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674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2월 중 최대 실적이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 역시 155억1000만달러 흑자로 최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 1~2월 누적 흑자는 242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9억7000만달러)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수출 침체로 인한 기저효과와 함께 반도체 호황이 겹치면서 역대급 실적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출 성장세가 둔화한 영향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예고로 인해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수출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은 반전됐다.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으로 불확실성이 완화한 가운데 인공지능(AI) 투자로 인한 반도체 품귀현상이 나타나면서 반도체 실적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고부가 상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뿐 아니라 범용 제품인 DDR4까지 가격이 급등하며 수출은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올해도 반도체 가격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고부가제품인 DDR5 16Gb(기가바이트) 고정가격은 지난해 2월 3.79달러에서 지난달 30달러로 1년 동안 691% 급등했다. 범용 제품인 DDR4 8Gb 가격 역시 같은 기간 1.35달러에서 13달러로 863% 올랐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수출액 증가로 이어졌다. 올해 1~2월 반도체 수출은 457억달러로 전년 대비 131%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208억달러, 올해 1월 205억달러, 2월 252억달러 등 최근 3개월 연속 200억달러를 상회했다. 역대급 호실적이다.
전체 수출 실적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월 19.5%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34.3%로 높아졌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 실적을 견인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불확실한 통상환경 속에서도 사상 첫 7000억달러 수출 성과를 달성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액 7400억달러를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일각에서는 8000억달러 돌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초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수출 전망을 기존 13.5%에서 25%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출액(7093억달러)을 기준으로 올해는 8800억달러도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변수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지정학적 위험이다.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의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오며 트럼프 대통령은 더 강력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국가별로 비관세 장벽 등을 조사해 주요 품목에 대해 기존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도 통상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공습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주요 교역로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를 담당한다. 해협 봉쇄가 이뤄질 경우 에너지 수급과 물류 등에서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는 불확실성에 대응해 국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범부처 수출확대방안을 통해 수출 품목과 시장을 다변화를 추진하는 한편 이란 사태와 관련해서는 비축유 방출 등 비상조치를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