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른바 '국내주식복귀계좌'(Reshoring Investment Account·RIA) 도입을 위한 '환율안정 3법' 처리에 뒤늦게 시동을 걸었지만 뒷북 법안처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정부가 관련 대책을 발표한 지 83일이 지나서야 법안 논의의 첫발을 떼면서 '환율 방파제'를 세울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다.
16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RIA 도입 등을 담은 '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한 건 지난해 12월24일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12·3 비상계엄사태 등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였던 2024년말 종가(1472.5원)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솟은 상황이었다.
이에 외환당국은 지난해 12월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650억달러 규모 외환스와프와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기간을 올해 말까지 나란히 연장하기로 한 것을 시작으로 11개의 굵직한 환율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부담경감 △선물환 포지션 조정 △수출기업 국내 운전자금 목적의 원화용도 외화대출 허용 △외국인 주식 통합계좌 활성화 △해외상장 외국기업의 전문투자자 지위인정 등의 조치가 포함됐다.
대책의 화룡점정은 '외환안정 3법'이란 세제카드였다. 효과는 확실했다. 세제카드 발표 전날인 지난해 12월23일 1483.6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24일 1449.8원으로 내렸다. 하루 낙폭 33.8원은 3년1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었다.
이어 지난 1월 중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을 대표발의하며 입법화의 물꼬를 텄다. 정부 역시 RIA 등이 계획한 대로 출시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 문이 열리자 환율안정 3법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사법개혁 3법 등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법안에 밀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책발표 이후 환율이 최저 1420원대까지 내려가며 안정세를 보인 점이 독이 됐다. 환율이 진정되자 국회가 환율안정 3법을 '급하지 않은 불'로 여기면서다.
문제는 환율안정세가 오래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달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전쟁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한때 1500원을 넘어섰다.
이란사태 장기화로 중동 원유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환율급등세가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한 것이다. 아울러 입법지연은 실무에 혼선까지 야기했다.
당초 정부는 올해 1분기 내에 RIA를 통해 해외주식을 매도하고 국내로 복귀하는 투자자에게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전액을 깎아주려 했다. 하지만 이미 1분기가 10여일밖에 안 남은 시점이라 정책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결국 재정경제위원회 조세소위 위원들은 기획재정부 의견을 받아들여 100% 비과세 조건 매도기한을 '1분기'에서 '5월'로 수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는 5월까지 RIA를 통해 해외주식을 매도하고 국내주식에 투자하면서 1인당 5000만원까지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100%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