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증권 투자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미국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중심 투자와 환헤지 비중 축소가 환율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참고자료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의 해외증권 투자 잔액은 2023년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며 2025년 말 1조266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개인 투자 규모는 2080억달러로 전체의 16.4%를 차지했다.
투자 주체별로는 일반정부가 5368억달러(42.4%)로 가장 크고 금융기관 5214억달러(41.2%), 개인 2080억달러(16.4%) 순이다. 특히 개인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면서 2024년 중 연간 증가폭이 금융기관을 상회했다. 국내 상장 해외펀드는 금융기관 투자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개인의 해외증권 투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자금 흐름과 달리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선호는 지속되고 있다. 관세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글로벌 자금의 미국 주식 유입은 지난해 2~3분기 순유출로 전환되는 등 둔화됐지만 국내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미국 주식 투자 수요가 확대됐다. 세제 혜택과 낮은 운용보수 영향으로 ETF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개인의 해외증권 투자 확대가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금융기관도 외화증권 보유가 늘었지만 환헤지 활용 등으로 환위험을 관리하고 있어 순외화 노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주식형 해외 ETF 대부분이 환헤지되지 않은 상품이라는 점은 외환시장 변수로 지목된다. 환헤지 ETF 누적 순매수 규모는 2024년 말 3조8000억원에서 지난 2월 말 5조40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전체 해외 ETF에서 환헤지 상품 비중은 같은 기간 14.3%에서 10.4%로 오히려 낮아졌다. 특히 주식형 ETF의 환헤지 비중은 2.5%에 불과해 채권형 ETF(71.1%)와 큰 차이를 보였다.
미헤지 상품이 확대될 경우 달러 현물 수요가 증가해 외환 수급 불균형을 확대하고 환율 쏠림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환율 변동 시 개인 투자자의 환손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환헤지 ETF 순매수는 다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환헤지 상품이 늘어나면 운용사는 환위험을 막기 위해 선물환 매도 거래를 진행하게 된다. 한은은 이 과정에서 달러가 시장에 공급되면서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그간 미헤지 주식형 상품을 중심으로 개인의 해외증권투자가 확대된 것은 미국 주식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높고, 환율 수준에 대한 기대와 경제 펀더멘털 간 괴리가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개인투자자 환류와 환헤지 유인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중인 만큼 앞으로도 보다 다양한 해외주식 환헤지 상품의 개발과 공급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인 외환 수급의 균형을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