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번째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의 콘셉트는 '지속가능 적극재정'으로 요약된다. 우선 되살아나던 경기 불씨가 '중동 전쟁'이란 외부 악재에 꺼지지 않도록 재정이 적극적인 '마중물' 역할을 한다. 고유가·고물가로 신음하는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고 피해기업·산업 지원 등을 통해 한국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고려했다. 추경 재원을 초과 세수를 활용해 마련하고 1조원 규모의 국채도 상환한다. 여기에 경상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짐에 따라 올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기존 51.6%에서 50.6%로 낮아질 전망이다.
31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전쟁 추경안'의 핵심은 '고유가 부담 완화'와 '민생 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방향성이 그대로 반영됐다.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대중교통 환급 지원, 석유 최고가격제 필요 재원 보강 등 '고유가 부담 완화'에 10조1000억원이 편성됐다. 소상공인 지원과 청년 일자리 등 '민생 안정'에는 2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재정 투입이 늦어지면 중동 전쟁에 따른 피해가 서민과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나아가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중동 전쟁 위기 극복을 위해 선제적이고 과감한 재정 투입이 시급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가 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뜻밖의 중동 전쟁 발발로 2% 성장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데다 원유 수급에서도 중동산 비중이 높아 중동 전쟁에 구조적으로 더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낮춰 잡았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포기한 건 아니다. 나랏빚인 국채 발행 없이 추경 재원 대부분을 초과세수로 마련했다. 정부가 초과세수를 활용해 추경을 편성한 건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7번째다. 나아가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1조원을 국채 상환에 쓰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추경으로 올해 정부 총지출은 본예산 기준 727조9000억원에서 753조1000억원으로 25조2000억원 늘어난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2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 흑자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107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당초보다 적자 규모가 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한다는 '재정준칙'은 여전히 지키지 못하지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당초(3.9%)보다 0.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6%로 예상된다. 기존보다 1%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경상성장률 예측치 상향(3.9%→4.9%)과 국채 상환이 맞물린 결과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이번 추경 재원은 현 정부가 이뤄낸 경제성장의 과실인 반도체 경기 호황과 증시 호조 등에 따른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원을 활용해 추가적인 국채 발행 없이 국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며 "나아가 1조원의 국채를 상환함으로써 재정의 건전성 또한 지켜나가겠다는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합의한 추경안 통과 디데이(D-day)는 다음달 10일이다. 여야는 추경안 시정연설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및 부별 심사 등을 거쳐 4월10일 본회의에서 전쟁 추경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다만 추경안 통과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은 이번 추경이 '지방선거용'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이번 추경에 편성된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확대 및 문화예술 사업자 대상 저금리 대출 등 문화산업 육성 사업이 '전쟁 추경'이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장관은 "국민과 기업이 적기에 이번 추경안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회에서 신속한 의결로 화답해 달라"고 당부했다.